그렇게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한동안 정체기에 빠지며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평소 좋아하는 야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탁구도 치며 평소에도 놀기 바쁜 못된 고등학생이었는데 이제는 무언가에 갈증 하며 도파민들을 싹 쓸어 담았다.
그렇게 하루살이 같은 하루를 보내며 바닷물을 퍼마시며 바닷물을 더욱더 원하는 거 같은 내 모습은 한심했고 이번 기말고사에도 수학과 영어와 시를 택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1마리의 토끼를 100마리의 토끼로 소분해 들판에 풀어헤쳐 한번에 잡으려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삶에 의심에 의심을 하며 시는 써내려 져 같다.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은 [구상].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이름이자 내가 꼭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던 제목이다.
무언갈 구상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구상의 여러 뜻 중하나인 구상⁵를 말씀해 주셨다.
(구상⁵ : 사물, 특히 예술 작품 따위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춤.)
그렇게 이미 써 내려간 시와 써 내려갈 시와 구상이라는 제목 그리고 자신감까지 무슨 난관이라도 모두 부숴버릴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간과한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거였다.
다시 말하자면 선생님께 성장했다는 내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나머지 구상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은 시들을 써버린 것이다.
물론 그전 시집인 망상보단 선생님의 피드백과 나의 노력으로 괜찮아졌다만 그래도 구상이라는 제목을 쓸 정도로 추상과 망상 겉멋뿐인 표현들을 아직 내재시켰다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난 시집을 만드는 순간부터 구상을 선생님께 보여드릴 때까지 몰랐다.
그렇게 시집은 이미 만들어졌고 나의 기대감은 차있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충고는 준비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