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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성 7시간전

OMR,

4화

그렇게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한동안 정체기에 빠지며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평소 좋아하는 야구도 하고 게임도 하고 탁구도 치며 평소에도 놀기 바쁜 못된 고등학생이었는데 이제는 무언가에 갈증 하며 도파민들을 싹 쓸어 담았다.


그렇게 하루살이 같은 하루를 보내며 바닷물을 퍼마시며 바닷물을 더욱더 원하는 거 같은 내 모습은 한심했고 이번 기말고사에도 수학과 영어와 시를 택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1마리의 토끼를 100마리의 토끼로 소분해 들판에 풀어헤쳐 한번에 잡으려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삶에 의심에 의심을 하며 시는 써내려 져 같다.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은 [구상].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이름이자 내가 꼭 완벽하게 만들고 싶었던 제목이다.


무언갈 구상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구상의 여러 뜻 중하나인 구상⁵를 말씀해 주셨다.

(구상⁵ : 사물, 특히 예술 작품 따위가 직접 경험하거나 지각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와 성질을 갖춤.)


그렇게 이미 써 내려간 시와 써 내려갈 시와 구상이라는 제목 그리고 자신감까지 무슨 난관이라도 모두 부숴버릴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간과한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거였다.

다시 말하자면 선생님께 성장했다는 내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나머지 구상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은 시들을 써버린 것이다.


물론 그전 시집인 망상보단 선생님의 피드백과 나의 노력으로 괜찮아졌다만 그래도 구상이라는 제목을 쓸 정도로 추상과 망상 겉멋뿐인 표현들을 아직 내재시켰다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난 시집을 만드는 순간부터 구상을 선생님께 보여드릴 때까지 몰랐다.


그렇게 시집은 이미 만들어졌고 나의 기대감은 차있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충고는 준비돼 있었다


OMR, (박주성)


뻔한 전개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며 헤엄을 쳐도


삶을 살아갈수록 자신감만 커져
내게 독이 되는데도 모르고


OMR에 쓰여있는 숫자를 나열해 봤자
내 기분만 좋아질 뿐이고


난 다시 삐딱해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죽어버린 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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