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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성 Aug 15. 2024

강박증

3화

그렇게 백석과 윤동주의 시집을 읽으며 느꼈다.

내가 무르익으려면 비평과 편견을 굳세게 버텨

정교해진 조각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선생님의 충고에 따라 첫 시집 망상에서 보여준 추상이라는 장신구들을 버리며 멋을 버렸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완전히 걸러지진 못했다.

(아마도 밋밋해 보이는 시에 조미료를 조금 많이 친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약 10편 정도의 시를 써서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다.


"그래 이번에 쓴 것들은 이 전거보다 많이 멋을 버렸어,

여기서 있는 그대로를 계속 생각하며 애틋하게 애정을 주고 점점 무(無)의 뼈에 조금조금씩 추상이나 비유법이나 상징 같은 걸 붙이면서 너만의 이야기를 갖추는 게 중요해"


"그리고 니 장래희망이 뭐니?"


갑작스럽게 들어온 장래에 대한 질문에 나는 곰곰이 숨겨두었던 답을 드렸다.


"원래 체육교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 1학년이긴 한데 성적도 그렇고 시에 대한 애정 그렇고 요즘은 문예창작과를 갈까 고민 중입니다"


"그래? 흠.. 선생님이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네가 시 같은 걸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건 좀 무리야 선생님처럼 하나의 직업을 갖추고 시인을 하는 게 안정적이지, 물론 선생님 말만 듣고 포기하라는 건 아니야.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은 좋지만 시는 별개로 하고 다른 직업을 갖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말을 듣고는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네가 썼던 독후감(오전에 시 10편을 보여드리기 전에 독후감 대회 때문에 출력해 달라고 했던 내 독후감을 읽어보셨다.)에 쓰여있던 거처럼 작심삼일 하고 또 작심삼일 하면서 생각해 봐 이런 말이 있잖아 멀어질수록 생각나고 애틋해진다고"



        강박증(박주성)


타닥타닥 멈출 수 없는 소리
머릿속에서 나를 괴롭히네


터벅터벅 걷는 순간에도
균형을 위해 나는 외롭게 사네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
돌아서면 생각나는 행동들


칠흑 같은 고요가 흐르지만
자아가 생긴 생각은 멈출 줄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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