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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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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성 Aug 17. 2024

당근과 채찍

상 - 5화

두 번째 시집을 쓰는 동안 기말고사라는 큰 난관을 지났었다. 중간고사라는 무덤을 다시 파해치고 싶지 않았지만 중간고사보다 기말고사에서 예상치 못한 수확과 완전히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나 나에게 남은 관문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두 번째 시집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고요한 점심시간에 국어선생님에게 가서 시집을 전해드렸다.

그렇게 기대의 금요일 무감각한 토요일 걱정의 일요일 졸린 월요일을 지나 확신의 화요일 국어시간이 다가왔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아 수업을 일찍이 끝내시고 나를 교실 밖으로 부르셨다.


"일단 저번에 썼던 [망상] 보단 읽기 괜찮아졌어 그래도 아직 흠이 많긴 해.

그리고 네 시집에 대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어보겠니?"


"좋은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일단 아까 말한 대로 저번에 썼던 [망상] 보단 읽기 괜찮아졌어 그리고 내가 말한 대로 사물을 생각하고 표현하며 추상이라는 멋을 버리려고 어느 정도 노력한 건 보여

근데 그래도 아직 시에 추상적인 표현이 많고 노래가사 같은 시들이 많아 노래가사로는 아주 훌륭한데 시로 쓴 거면 아주 꽝이야"


여기서 내가 걱정하던 내 시의 단점이 드러나버렸다.

현대시와 노래가사 랩가사들의 구절들을 보고 영감 받으며 시에도 대입해 버린 것이었다.

내 실력을 가리려고 노래처럼 시를 쓰며 나 자신에 심취해 있었다.


여기까지가 방학 전 그러니까 약 3월 에서 7월까지의 에피소드 들이었다.

내가 시에 빠지며 선생님이자 배세복 시인께 가르침 받는 내용들과 미숙한 나였다.

내 시는 아직 성장 중이고 계속 성장할 거다.

이제 방학이 끝났는데 방학 동안 생각을 비우며 살았다.

마음을 비우며 내 안에 들어있는 온갖 잡생각들을 내쳤다.

내가 이제껏 날려버린 시간들과 문제들을 생각했고 모두 잔상이 되어 내 앞에 떠다닌데도 난 계속 시를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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