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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Jul 23. 2024

스위스 어게인

스위스에 다시 왔다. 십 년 전에 일년 반 정도 살았던 곳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그저 몸과 눈이 기억하는 것이 신기하다. 예전에 살 때 독일어를 열심히 배웠다가 십 년 넘게 쉬었었는데 젊을 때 배워서 그런지 읽는 법과 자주 보던 독일어가 익숙하다. (그래도 초보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어디서나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공항에서부터 담배 연기를 피해 아이들과 숨참고 지나가기 바쁘다. 마치 놀이터를 제외하고는 흡연구역 같다. (흡연자들의 천국)


그러나 옛날에도 느꼈던 스위스 사람들의 오지랖 넓은 친절! 너무나 감사하고 정겹다.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면 도와줄까 인사하는 사람들! 한국에서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면 한국 친구들은 오지랖 넓다고 혀를 내두르곤 했는데 이곳은 전부 (오지랖 분야에서는) 나와 같다.


특히 십 년 전 기억나는 친절은 어린이 치과의사 선생님의 진료였다. 첫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어느 날 어금니를 보니 조금씩 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맙소사! 말도 잘 안 통하는 스위스에서 어른 치과에 갔다가 아이를 치료 못하겠다는 의사의 말에 의기소침해서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점점 사라지는 이빨을 보며 어린이 치과에 전화를 했었다. 영어와 독일어를 섞어가며 겨우 약속을 잡고 어린이 치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문을 닫고 우리에게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했다.(아마 예약이 가득 찬 상황에서 응급으로 치과 문을 닫고 치료해 주신 것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거의 퇴근하시고 엄마 아빠가 대신 아이 팔을 잡았다. 어떻게 치료하셨는지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우리에게 치료비는 선물이라며 인사를 하던 나이 지긋한 여자 치과 선생님의 미소는 잊을 수가 없다.


그 친절들이 나에게 스위스란 나라를 떠올리면 따뜻함이 먼저 떠오르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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