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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성

스위스 박물관

by 키다리쌤

Chillon castle

스위스 몽트뢰 근처에 위치한 시옹성에 갔어요. 얼마나 한국인들에게 유명한지 한국어 가이드 오디오 기기가 있어요. (입장료- 어른 15프랑, 아이 7프랑 / 한국어 가이드 오디오 기기 이용료가 6프랑입니다. 저는 박물관 패밀리 연간권이 있어서 입장료는 안 내고 한국어 오디오 이용료 6프랑씩 5명 30프랑만 냈어요.) 유럽의 박물관 특히 스위스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러 곳 다녀보았지만 한국어로 된 가이드 오디오 기기는 흔하지 않아요. 그만큼 이 시옹성은 한국인들도 많이 온다는 것이겠죠?


아이들과 함께 한국어 가이드기기 음성 안내에 따라 돌아다녔어요. 입구에서 한국어 안내서도 받았고요. 안내서에 따르면 성안에 둘러볼 곳이 1번부터 46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어 번호대로 돌아다니면 지하 1층에서 25m 높이의 성루까지 빠짐없이 다 볼 수 있게 안내되어 있어요. 안내서에 나온 모든 장소를 한국어 음성 안내가 소개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중요한 내용을 선별해서 들려주어 한국인 가이드 한 분과 같이 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성을 둘러보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면 시옹성은 크게 3가지 시대로 구분이 되어요. 프랑스 사부아 가문이 요새를 통치하던 시대(12세기~1536), 베른 사람들이 쳐들어와 정복한 베른 시대(1536~1798), 그리고 보 시대(1798~현재)로 칸톤으로 승격된 보 주가 쉬옹성을 소유한 시대예요. 이렇게 시대에 따라 시옹성은 용도가 바뀌어요. 사부아 가문이 성으로 사용했던 바로 이곳이 베른 시대에는 요새, 병기창 및 감옥으로 사용이 되지요. (역사 관련 내용은 시옹성 안내서를 참고했어요.) 그리고 시대별로 조금씩 수정이 되고 그림이 그려지고 사용되었던 가구와 무기들 등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요.


음성 가이드 기기 안내에 따라 첫 번째 안뜰을 통해 지하실에 먼저 내려갔어요. 위가 동그란 천장은 바닥에서부터 꽤 높아 보여요. 처음에는 시야가 훤하게 보이지만 갈수록 지하이고 창이 워낙 좁게 난 곳들이 많아 어두침침해요. 그래서 그런지 지하 입구 근처에는 포도주 저장고와 창고로 쓰이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무시무시한 감옥이 나와요. 영국의 시인 바이런 경이 [시용의 죄수]라는 책에서 프랑수아 보니바르에 대한 시를 지으면서 덩달아 이 감옥도 유명해졌다고 해요.

지하 1층


다시 올라오면 두 번째 안뜰에 도달해요. 그리고 이어 성주의 식당에 도착했어요. 사부아 시대 성주가 식사를 했다고 하는데 한쪽에 화로가 있었던 것을 보면 바로바로 치킨이나 고기, 생선등을 구워 준 것이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해 보았어요.

성주의 식당


이어서 성주의 연회장이 나오고요. 중세 시대에는 배부르게 식사하고 이곳에서 서로 춤추며 음악 들으면서 이야기 나누지 않았을까요? 멋진 드레스를 입고 말이죠.

성주의 연회장


이렇게 줄지어 이어진 방들 가운데 그중에서 영주의 방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무엇보다 십자가 모양 유리창이요. 창을 통해 햇빛이 환하게 비추면 환한 빛과 함께 방바닥에 십자가 그림자를 남겨요. 아침마다 깰 때마다 십자가 그림자 밑에서 기도했을까요? 중세 시대에 신앙이 중요시되던 때인 만큼 십자가 모양 창틀이 인상 깊네요. 그리고 다른 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벽화가 있어요. 희미하게 남아 있는 벽화를 통해 동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실제 모습이 궁금한 찰나에 방 가운데에 조그맣게 그림을 생생하게 재연해 놓은 미니어처 장난감 사이즈의 방이 놓여있네요. 침대의 길이도 생각보다 작아서 옛날 사람들은 키가 더 작았던 것으로 여겨져요. (최근에 학교체험학습으로 다녀온 쌍둥이들이 그 당시에는 먹고 소화시킬겸 앉아서 잤다고 하네요. 영 불편할 것 같은데 말이죠.)

성주의 방


역시 사람이 사는 곳에 화장실이 없을 수 없죠. 뻥 뚫려 있는 두 개의 구멍이 변소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구멍을 통해 보니 멀리 아래에 물이 보여요. 똥과 오줌을 바로바로 호수로 보냈던 것 같아요. 참 편리하네요. 지금은 깨끗하지만 과거에는 악취가 꽤 진동했을 것 같아요.

변소(왼 쪽) 와 예배당(오른쪽)


이어지는 길에 성주 가족을 위한 예배당도 있어요. 성주의 방처럼 멋진 성전화가 천장에 새겨져 있어요.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뿜어져 나오는 안락함과 평안함이 느껴지네요.


쭉 이어진 방들에 이어서 순찰로를 따라 성루로 올라가며 걸어요. 쭉 달팽이길처럼 따라 돌아가며 계단을 오르면 끝! 25m 높이의 성루에서 모든 안내가 끝이 나요. 바로 이곳 의자에 앉아서 그동안 못 듣거나 보았던 한국어 음성 안내 가이드를 마저 다 들었어요. 아이들과 먼저 성루로 올라 간 엄마인 저는 아빠가 마지막까지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안 올 것이다 예상을 했고 엄마인 저는 한국어 음성 가이드 비용으로 30프랑 냈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온다에 한 표를 걸었죠. 아니나 다를까 아빠가 멀리서 오네요.(재미 없는 박물관에서는 아빠가 종종 사라지기도 해요.)


쉬옹성 투어는 중세 시대 생활 모습을 살펴보기에 좋았어요. 우리나라 민속촌처럼 말이죠. 스위스 중세 사람들이 어디서 자고 먹으며 생활했는지 상상이 되니까요. 중세 유럽인들의 삶을 엿보러 시옹성에 놀러 오세요. 입구에서 한국어 음성 가이드 잊지 마시고요. 아이들과 게임 단계 넘어가듯이 하나씩 보다 보니 이번에도 두세 시간이 금방 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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