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아이들이 학교 캠핑 간다고 했을 때 방수바지를 사기 위해 중고옷가게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아이들 방수 바지를 10프랑을 주고 샀어요. 일 년에 한두 번 입을 옷을 비싸게 새 옷 사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거기서 셋째 등산화도 한 켤레 사고 돌아왔지요. 그때 아이옷중고가게가 너무 크고 사이즈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놀랐고 가격이 그렇다고 아주 싼 편은 아니라서 또 놀랐었어요.
이번에는 스위스에 온 지 일 년 지나자 아이들에게 작아진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가져다주러 갔어요. 먼저 아이옷을 가져가도 되는지 물었지요. 직원은 이미 아이옷이 많이 가득 차서 다 받을 수 없고 여자 아이옷 146 사이즈, 남자아이옷은 116, 146, 152, 158 이렇게 필요한 옷을 적어주네요. 그리고 이제 겨울이라 그런지 코트, 겨울재킷, 타이즈, 잠옷이나 기능성 내복, 신발은 모든 사이즈 다 받는다고 하고요. 운이 좋게 쌍둥이와 둘째 작아진 옷이 딱 그 사이즈가 맞아서 옷을 들고 갔어요. 어떻게 옷을 받는지 돈을 돌려받는 구조인지 궁금했거든요.
우선 점원이 옷을 꼼꼼히 살펴봤어요. 혹시나 옷이 너무 낡았거나 얼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받지 않았고요. 그리고 받은 옷들은 정리해서 고객번호를 알려주네요. 다음날 다시 처리할 옷을 또 가져갔어요. 간 김에 제 고객번호를 알려줬더니 홈페이지를 보여주는데 전날 준 옷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었어요. 바지, 티, 겨울잠바 등등 종류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고 제가 준 옷이 팔리면 홈페이지에 입력된 가격대로 돈을 준다고 해요.
여기까지 듣고 집에 왔는데 그다음부터 집에 남아 있는 작아진 옷이 없나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해요. 공짜로 지인들에게 잘 나눠주었는데 홈페이지에 기록된 옷들의 가격을 얼핏 보고 이제는 아이들 안 입는 작아진 옷들을 샅샅이 뒤져 보며 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아이넷을 키우느라 아이들 작아진 옷들이 자꾸 나와서 조만간 한번 더 갈 예정이에요. 그때는 얼마나 팔렸는지 돈도 받아 오면 또 글을 써 볼게요.
이렇게 스위스는 중고옷의 순환구조를 잘 만들어 놓았어요. 어차피 처리해야 하는 작아진 아이옷을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도 팔아서 돈이 생겨 좋고 사려는 사람은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어서 좋고 말이죠. 한국에서도 이런 아이중고옷가게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 넷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옷을 쉽고 싸게 사고 처리하는 것은 늘 큰 문제였는데 말이죠. 스위스는 서로의 필요를 참 지혜롭게 잘 이어 아이옷 순환구조를 만들어 놓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