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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Apr 07. 2020

오월 광주를 찾아온 홍콩 활동가

 2019년 12월 10일, 광주홍콩연대회의 1차 회의가 열렸다. 사전에 예정된 회의는 아니었다. 당일 광주 YMCA에서 진행된 '홍콩활동가 초청 강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는 황법량, 김동규, 박형민, 이재갑 네 사람으로 지난 11월 15일 전남대 '레논 월' 사건 당시 벽보를 지켰던 사람들이었다. 우리들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홍콩 연대'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논의했다. 우선 단체명을 '광주홍콩연대회의'로 확정 지었고,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수립했다. 광주홍콩연대회의는 다음 연대 일정으로 '홍콩 방문' 추진을 결의했고, 뒤이어 텀블벅 프로젝트와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들은 결론적으로 '홍콩 연대' 활동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행사로써 준비하기로 했다.


 1980년 5월 18일 오전 9시, 계엄군 7공수여단의 폭력에 분노한 전남대 학생들이 금남로를 향해 행진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우리들은 홍콩 시민들을 광주로 초청하여 금남로를 함께 행진할 계획을 세웠다. 광주와 홍콩의 연대를 상징하는 굿즈 제작 등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며칠 후 '광주홍콩연대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광주홍콩연대회의의 첫 일정은 광주를 찾아온 어느 홍콩 활동가와의 만남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국제연대 활동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홍콩 활동가가 광주에 온다는 소식을 전달해주었다. 12월 15일, 나와 황법량은 홍콩 토지정의연맹 활동가 H를 만났다. 우리는 그를 차에 태운 후, 가장 먼저 5.18 민주묘역으로 갔다. 묵묵한 헌화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그곳에 잠들어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경철, 박금희, 손옥례, 전영진, 조천호, 박현숙, 윤상원, 박기순. 지금 홍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처럼 대부분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시민들이었다. 그는 나의 짧은 영어 설명을 묵묵히 캠코더에 담았다.


 다음 일정은 5.18 민주광장이었다. 우리들은 마지막까지 싸웠던 광주시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그에게서 홍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름의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라 그런지, 우리들의 대화는 시종일관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광장을 둘러본 후에는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는 조만간 홍콩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콩 여러 단체들과의 만남을 돕겠다고 화답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전남대학교에 갔다. 정문을 비롯해서 역사적인 장소들을 둘러봤고, 근처 호프에서 밤늦게까지 대화했다.



 얼마 후, 그는 광주 방문기를 정리한 글을 보내왔다. 우리들은 2개월 뒤에 홍콩에서 그와 재회했다. 광주홍콩연대회의 '홍콩 방문' 과정에서 그에게 상당히 중요한 도움들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우리들은 그의 도움으로 여러 단체들과의 만남 일정을 수월하게 잡았고, 홍콩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류회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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