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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Apr 08. 2020

광주홍콩연대회의 홍콩방문 2일차

2020년 2월 8일

 2020년 2월 8일, 우리는 홍콩직공회연맹 (HKCTU) 활동가 A와 재회했다. 전날 밤 우리는 그와 의기투합하여 홍콩 시위 현장을 함께 돌아다니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그의 안내를 받아, 홍콩 시위 현장을 돌아다녔다. 덕분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에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격전의 현장이었던 홍콩 이공대학도 방문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던 홍콩 시민들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짧은 기행을 마친 후 우리들은 '광주 - 홍콩 시민 교류회'가 예정되어 있는 '토상 土家'으로 이동했다. '토상'은 토지정의연맹 계열 활동가들이 주로 상주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일전에 광주를 방문했던 토지정의연맹 활동가 H가 광주 활동가들이 홍콩에 온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교류회를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자 토상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토지정의연맹 활동가들도 있었지만, 텔레그램 공지를 보고 참석한 사람들도 많았다. 곧 참석자가 30명을 넘겼다. 이 자리에는 통역사도 준비되어 있었다. 한때 한국에서 유학했던 적이 있는 활동가분이 도움을 주셨다. 전날, 광주홍콩연대회의는 여러 단체들을 만나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였다. 우리는 우선 '광주홍콩연대회의'가 탄생한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지난해에 있었던 전남대학교 '레논 월' 사건과 '억압에 맞선 시민들' 강연 취소 사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류회에서 받은 대부분의 질문들은 5.18 민중항쟁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영화 '택시운전사'나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5.18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에게 5.18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당시 여성의 역할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다.


 우리는 앞으로도 홍콩 연대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5.18 이후 지난 40년 동안 이어진 지난했던 기억 투쟁 과정에서 광주가 받은 국제연대를 이야기하며, 이번에는 광주의 이름으로 홍콩에 연대하겠다고 했다. 나는 역으로 그 자리에 모인 홍콩 시민들에게 질문했다.


 "혹시 이 자리에 40주년을 맞이한 오월 광주를 방문할 의향이 있으신 분이 계실까요?"


 그러자 이 자리에서만 8명이 손을 들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광주 방문을 단체로 준비하고 있는 그룹이 여럿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1시간 30분 동안 준비해온 이야기들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어느 정도 질문이 마무리되자, 편한 교류회를 이어가기로 하고 정리 발언을 했다. 교류회에 모인 광주 - 홍콩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전환하기로 했다. 나에게 이 순간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광주의 정신이 넓어지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노래를 부른 후에는 파티를 하듯 각자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들의 간담회는 토지정의연맹 활동가 H에 의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공개되었다. 우리는 해당 영상 파일을 건네받아 광주홍콩연대회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카이빙 해두었다.


 광주-홍콩 시민 교류회 라이브 링크



 광주와 홍콩의 시민들은 늦은 시간까지 교류를 이어나갔다. 위스키를 몇 잔 나누어 마시기도 했다.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문 3일차 일정이 잡혔다. 참석자 중 한 분이 항쟁 관련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그중 일부를 5.18 기록관에 기증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토상'에서의 교류회가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우리는 통역을 맡아준 J가 운영하는 동네책방에 들렸다. 광주에도 여럿 있는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책방이었다. 그에게서 '소년이 온다'와 '82년생 김지영' 중문판을 선물받았다. 그곳에는 영화 '택시운전사' 엽서와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눈 후 숙소로 돌아왔다. 홍콩방문 2일차 밤이 저물고 있었다.


<광주홍콩연대회의 홍콩방문 2일차 일정>


2/8 - 14:00 홍콩 이공대학 등 시위 현장 방문

2/8 - 19:00 광주-홍콩 시민 교류회(토상 土家)

2/8 - 22:00 동네책방 Urban Space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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