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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n 28. 2022

엄마가 그랬어


저는 그림책이나 책 리뷰는 보지 않는 편이에요. 똑같은 책을 여러사람이 보지만 느낌이나 생각은 분명 다를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대부분 리뷰나 서평은 아쉽게도 자기만의 색은 쏙 빠진 책 이야기만 가득해서 사실 매력이 없어요. 저에게 그림책이나 책의 진짜 매력은 저만의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에요. 작가의 이야기와 그림을 보지만 결국에 제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것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진주만의 스타일이 담긴 서평 시작합니다.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


인스타와 블로그에 <엄마가 그랬어> 그림책이 많이 보여서 호기심에 빌려 봤어요.  보는 내내 사실 그림보다는 글에 집중하게 됐어요. 제목만 가지고는 어떤 그림책인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글을 쭉 따라가보니 <엄마가 그랬어> 라는 제목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여러가지 질문이 떠올랐답니다. 


사실 끊임없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엄마와 별 거부없이 순종하는 아이가 제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다시 한번 그림책에 그림만 살펴보니 아이는 전혀 거부감이 없이 엄마가 말한 모든것을 수행하네요?! 다행히 아이는 엄마에게 최적화된 안정적인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서 일까요?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


책 서두에 '끝임없이 목록을 만들어 내는 모든 엄마에게'라고 쓴 작가의 의도가 왠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잔소리가 나오는 엄마의 마음과 입은 신비에 가까울 수도 있어요. 엄마가 아니고서 어떤 존재가 타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 목록을 만들어내겠어요? 엄마니깐 가능한 신비는 엄마가 되면 다 아는 잔소리의 내용이고 이해가 되며 오히려 수행하지 않은 자녀가 이해가 안되는 공감까지 엄마들은 한통속처럼 그 부분에 있어서 연합이 너무 잘되죠. 



엄마가 왜 그렇게 수많은 목록을 만들어 가며 잔소리를 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단 한번이라도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


하나만 보이는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다각도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와 마음을 가졌답니다. 여자가 엄마인 이유가 분명하죠? 여자인 엄마는 관계안에 있기 때문에 관계 맺음에 관련해서는 그 어떤 아빠도 엄마만큼 탁월할 수가 없어요. 그림책에서 대사에 등장하는 아빠는 고작 매듭 만들기 정도만 알려줄 뿐이에요. (강조하기 위해 고작이란 단어를 선택한거지 아빠를 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하지만 엄마는 그림책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목록들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결론까지 내어 주죠? 제일 중요한게 뭔지 알지? 마지막까지도 놓치지 않습니다. 


이래서 엄마는 엄마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엄마는 깜빡이기도 하고 그래놓고도 뭔가를 더해주지 못해서 아쉽고 또 아이에게 더해 줄 것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이 엄마랍니다. 엄마라는 존재 참 쉽지 않죠? 이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 잔소리 목록이 좀 지겨워도 설령 그 잔소리를 듣지 않을 지언정 듣는 척은 해야겠죠? 


다만 그림책에서 아쉬운건 적당한 선에서 잔소리 목록을 줄였으면 좋았으련만 그리고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면 좋았을텐데 라는 마음이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엄마지만 그 잔소리 내용이 대부분 엄마가 생각해서 아이에게 좋을 것들이지 아이 입장에서는 진짜 좋은지는 모르는 거죠.



그림책 <엄마가 그랬어>


그런데 여기 나오는 아이는 참 착하다고 해야할까요? '나는 늘 엄마 말을 잘 듣는답니다.'라고 하네요. 마치 자판기에서 선택되어지는 음료수 같다고 할까요? 하라는 대로만 하는 아이는 과연 어떻게 자라고 또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엄마 말대로만 하면 사실 편할수도 있을거 같긴해요. 하지만 아이는 아이잖아요. 엄마의 리모콘에 의해 조정되어지는 아이는 과연 아이 자신의 모습으로 잘 자랄 수 있으려나요?


엄마로 말미암아 아이는 탄생되어 지지만 탄생 순간 엄마와 분리되어 한 인격체로서 아이는 자기만의 객관화를 이루어야 해요. 키우는 건 엄마지만 키워지는 어느 정도의 몫은 아이 선택이란 말이죠. 그래야 아이는 그 아이만의 고유성을 가지며 자랄 수 있으니깐요. 


얼마전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성인이 된 자녀가 술이 넘 취해서 출근을 못한다고 엄마가 대신 전화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실 입이 떡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직원인 자녀를 매일 야근을 시키냐며 회사에 소리소리 지른 엄마도 있었다고 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과연 이게 맞는 걸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그 이야기가 떠오른건
어쩌면 그림책에서 본 엄마와 아이의 미래가 그려져서일까요?


어느때보다 자녀에 대한 충성과 애정을 다 쏟아내는 시대인거 같아요. 그만큼 해줄 수 있는 경제력도 요인이 되겠지만 자기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자녀에게 애정을 쏟아붓게 되는 시대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녀가 소중하면 자녀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선택권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할거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는 어린아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스무살이 되면 성인이 되는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부모로부터 건강하게 독립되어지는 것입니다. 핏줄이지만 결국에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그 인생에 대한 책임 역시 각자 짊어지는 것이니깐요. 




사실 저 역시 요즘 아이들을 키우며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어요. 타고난 관리자 스타일의 엄마라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챙겨주고 정서적인 부분까지 케어하는 편이라 살짝 어느정도 선에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야겠다 싶기도 했거든요. 누군가의 보살핌은 그 사람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짊어질 몫은 보살피는 사람의 것이 되기에 정작 돌봄을 받는 사람에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자각이나 책임을 질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부쩍 큰아이들에게 책임에 대한 잔소리를 요즘 하고 있답니다. 이제 13살,11살이니 스스로 한 일에 대한 것이나 스스로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책임감은 심어줘야 할거 같더라구요. 아마도 제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그림책에 대한 마음 역시 그렇게 느껴진거 같아요. 


큰아이들에게 한번 보라고 하고 감상평을 들어야겠어요. 그러면 조금 더 정리가 될거 같아요.


*짧은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휘리릭 보기에 딱 좋지만 나눌 것이 많은 그림책인 만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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