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어르신들이 그러신다. 그리고 따라 붙는 이야기는 "아이고, 애국자네" 또는 "애들 어릴 때가 행복하지." 하신다. 난 솔직히 애들 크고 나면 '이때가 좋았지'라며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지금 처한 현실이 하루하루 미치고 팔짝 뛸, 끝나지 않는 독박 육아의 나날이라, 그저 제발 그날이 빨리 와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고픈 마음뿐이다.
어제 우연히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질질 흘렸다. 아이들 어릴 적을 생각하며 도시락을 만들어 보는 기획의 영상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연신 기분이 이상하다며 그때 그 냄새가 난다고 추억에 잠기시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찡하게 마음에 오던지 괜스레 마음이 몽글해지며 아이들 때문에 답답했던 속이 조금 뚫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의 효과도 잠시, 새 날이 밝고 아침이 되면 여전히 아이들은 똑같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똑같다. 그저 지겨운 한 날이고 그저 빨리 육퇴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견딘다.
한동안 지겹다 소리를 안 했는데 6월 말부터 시작된 큰아이들 원격수업과 여름방학까지, 안 지겹고 싶은데 지겨워 미치겠다. 진짜 매일 뭐라도 해야지 이 순간이 견뎌져서 온 집안을 뒤집어 정리하고 버리고 아주 새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더는 치울 것도 없어 이제는 빵을 만든다. 작년 겨울에도 똑같은 마음으로 미친 듯이 케이크를 만들어 내더니 올여름은 빵이다. 모닝빵, 바게트, 식빵 등 종류별로 매일 구워대며 '뭐라도 해야지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지겨운 독박 육아를 '뭐라도 시리즈'로 풀어내며 견뎌낸다.
아침 식사빵으로 저녁마다 빵 굽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미치게 지겹고 얼굴이 도무지 피어 지지가 않는다. 작년과 올봄에는 그 미친듯한 마음으로 나 혼자 아이 셋 데리고 기차 타고 여행도 다녀왔었는데 지금 코로나 상황이 그거조차 여의치 않게 만들어 버리니 숨 쉴 구멍이 도통 생기질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6살 막내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가 많지만 귀 막고 노트북만 튕기고 있다.
나에게 지겨움의 시작은 친정엄마다. 친정엄마가 그렇게 지겹다 소리를 평생 하시며 사셨다. 뭐가 그리 지겨울까 싶은데 지금은 그 지겨움의 근간을 안다. 내가 어느 순간 지겹다는 말을 아이들 앞에서 하게 됐을 때 친정엄마가 떠오르며 친정엄마가 원망스러웠는데 그 지겨움이 진짜 내 것이 되고 난 후에는 친정엄마의 삶이 보였다. 뭐 하나 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 지겨울 수밖에, 한마디로 징글징글 맞은 인생사였던 거다.
그 징글징글한 때를 내가 지금 걷고 있다. 마음에 답답함 한 가득 품고 말이다. 그 마음 어디다 풀 길 없이 뭐라도 해대며 나를 솎아내고 견디는 거다. 엄마도 그랬을까? 내 이야기를 쓰며 엄마가 떠오르고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면 또 한 번 마음이 숙연해지며 또 한번 견뎌지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본다는 건 내가 그 인생의 길을 밟아봐야지만 비로소 알 수 있다. 나의 40대는 엄마의 지나버린 징글징글한 40대와 오버랩되며 묘한 위안과 응원을 얻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하루 견뎌내고 내일을 살 힘을 얻는다.
요즘 이 시간마다 빵 만들면서 아이들과 심리적인 거리를 두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글을 쓰며 잠시나마 안정을 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