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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Nov 14. 2023

아픈 아이 맡기고 출근합니다.

오늘도 엄마는 미안하다.

이른 아침 내 몸에 닿은 뜨거운 아이 손에 놀라 잠에서 깼다.

체온을 재보니 39도가 넘는다.

고열이 계속되면  안될 것 같아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진료를 볼 수 있는 소아과로 향했다.

열이 나긴 하지만, 기침을 하거나 그밖에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독감이나 코로나 검사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럴때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쓰나 보다.

독감이나 코로나면 격리기간이 생겨버리기에 우선 최악의 상황은 가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주사 한 대를 맞고 나니 더욱 기분이 나빠진 아들은 내게 말했다.

“엄마~엄마~! 빨리 집에 가자. 응? 빨리 가자”

“oo이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는데?”

“싫어. 싫어. 엄마랑 같이 집에 갈 거야”

“엄마가 빨리 가서 일 끝내고 데리러 갈게.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어때?”

“지금 갈 거라고! 지금! 엄마~~~ 지금!”

지금이라는 말을 어디서 배운 건지. 상황에 맞게 단어 선택도 잘해서 말하는 아이다.

아이는 내게 당장 집으로 가자며, 손가락으로 내 차량을 가리켰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아이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뿐.

아이를 업고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아이 손으로 꽉 잡은 내 목은 더 조여오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집에 갈 거야. 집에”

내 집으로 가겠다고 ‘집’을 외치는 아들에게 “안된다.”라고 이야기하며 어린이집 벨을 눌렀다. 선생님이 마중 나오시자 아이는 더 세게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런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는 건,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는 것 마냥 아팠다.

아이가 선생님 품에 안겨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기며

내 마음속에서 싸워대는 조용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아픈 아이 맡기고, 일하러 간다고? 미친 거 아니니?"

"뭣이 중한데? 뭣이 중하길래 일하러 가는 거야?"

"그럼 안 가? 어쨌든 내게 맡겨진 일도 중요한 거야"

나 역시 아주 중요한 일을 하러 출근한다고

정리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만을 찔러대는 것에 마음이 더 아파왔기 문이다.

아이를 넷이나 키웠으면 이제 좀 괜찮아질 때도 된 건데...

아픈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 건 여전히 미안하다.

대역죄를 저지른 죄인 마냥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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