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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Nov 21. 2023

흘러넘친 붕어빵

소소한 일상

뜨끈뜨끈한 간식이 생각나는 계절 겨울이다.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붕어빵의 위치를 공유하는 어플까지 생긴 걸 보면,

이 계절에 단연 위신이 높은 간식은 붕어빵 이란 생각이 든다.

반죽에 팥과 슈크림을 넣어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해서 같은 계급 붕어빵은 아니다.

누가 만드느냐에 붕어빵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

반죽과 팥이 적절하게 지분을 나눠 가져야 하고, 완벽한 타이밍에 뒤집기를 해줘야 골고루 노릇하게 익는다.

나는 얼마 전 치킨을 먹는 것 같은 바삭함과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입에 머금은 것 같은 붕어빵을 영접했다.

우리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아낌없이 주는 착한 붕어빵집을 발견한 것이다.

영화 속 한마디가 생각났던 붕어빵 집.

'지금까지 이런 붕어빵은 없었다.

 이것은 붕어빵인가? 팥빵인가?'

팥과 슈크림을 다 끌어안을 수 없어 흘러넘치는 반죽을 보면서 사장님의 후한 인심이 느껴졌다.

"사장님! 저 이런 붕어빵 처음 봐요, 와! 진짜.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어머~어머~ 흘러넘쳐요"

흘러넘치는 인심은 사장님의 실수가 아니었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사장님의 사랑이고, 마음이었다.

"사장님.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주셔도 되는 거예요? 맛있게 먹어서 좋지만 남는 거 없으실까 걱정돼요"

내 진심이 나와버렸다. 사장님도 남는 게 있으셔야 오래오래 장사하실 텐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다 퍼주셨다.

이 붕어빵 가게의 소문이 다른 동네에도 퍼진 걸까?

나처럼 먼 곳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그리고 오늘, 어느 한 공간에서 이 가게의 사진과 관련한 글을 보게 되었다.

"어휴~더러워서 못 먹겠어요. 저기 바닥에 있는 것 좀 봐요."

"안 치우는가 봐요. 위생상태가 엉망이네요. "

"반죽 넘친걸 보니 너무 아깝네요. 낭비예요"


'앗!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난 그저 붕어빵 기계 밑에 깔린 종이를 보면서

'이 분들은 이미 흘러넘치게 주려고 준비하고 계신 거네'

사장님의 마음에 집중했었는데...

다른 이들은 흰 종이를 가득 채우며 흘러넘친 반죽에

마음이 있었다.


'흘러넘친 반죽'을 보면서 더럽다고 느낀 그대여~

사장님의 마음을 느낄 수는 없었는가?

이미 넘칠 것을 알고 종이를 준비한 그 마음이

정말 보이지 않았는가?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진정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하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1000원짜리 붕어빵 하나에서도 보지 못하는 마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는 무엇이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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