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May 11. 2023

엄마 반성문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어린이집에 갈 때는 며칠 전 사두었던 귀여운 장화를 신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신기 싫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신겨야 했습니다. 결국 세 살짜리 어린아이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눈에 비가 내렸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공기를 맡게 해주고 싶어서 스투키 화분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아직은 너무 어린 다섯 살 꼬마가 실수로 화분을 엎질렀습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에게 저는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지만 저의 폭언은 끝날 줄 몰랐습니다. 결국 집안에는 나쁜 공기만 가득 찼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다칠까 봐 두려웠습니다.  아이와 외출이라도 할 때면 늘 아이의 손을 꽉 움켜쥐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떨어질 세면 어김없이 아이를 불러 손을 잡게 했습니다. 가끔은 제 손을 뿌리치려는 아이에게 화도 냈습니다. 아이는 점점 겁이 많은 아이로 자랐습니다.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그럴수록 첫째를 더 많이 안아주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둘째가 울면 항상 첫째를 혼냈습니다. 심지어 아이에게 양보만을 강요했습니다. 아기를 돌보느라 손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첫째가 뭐든 스스로 잘하길 바랐습니다. 그만큼 아이에게 다그치고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첫째도 너무 어린 세 살 아기였습니다.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부끄러워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인사를 강요했습니다.



핑크색 옷만 입겠다는 아이와 아침마다 싸웠습니다. 네 살짜리 아이의 옆에는 네 살짜리 엄마가 있었습니다.



밖에 나가기 불편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이 세상이 얼마나 넓고 재미있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며 화를 냈습니다. 장난감을 꺼내서 노는 아이들에게 집이 엉망이라고 얼른 깨끗이 치우라고 다그쳤습니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티브이만 보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비난과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과 장난감을 사려고 하루종일 휴대폰만 쳐다보았습니다. 놀아달라는 아이가 내심 귀찮았습니다. 짜증이 섞인 말들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들이란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해맑게 웃고 있던 세 살의 어린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 옆에 있던 엄마는 항상 화난 얼굴 같았습니다. 좀 더 기다려주고 좀 더 많이 웃어줄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잘해준 기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해줘야 하는 엄마가 누구보다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매일밤 반성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처음 만난 시각장애인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