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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벗어나보니 보이는 길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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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집 Sep 16. 2024

대학원생활에서의 극복의 순간들

극복

대학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나는 연구자로서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이룰 성공은 얼마나 클까?" 하는 설렘도 컸다. 하지만 실제 대학원 생활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도 교수님의 연구 제안서에 따라 실험해야 했고,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연구는 노력뿐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아 갔다.

석사 과정 중 가장 나에게 첫 도전은 물리학회에서의 포스터 발표 준비였다. 당시 나는 유기물 반도체 소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연구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포스터 발표는 연구자의 역량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였지만, 문제는 내가 시각적 디자인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처음 만든 포스터는 텍스트와 데이터로 가득 차 있었다. 연구실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너무 보기 힘든데?",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야지"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했지만, 사람들의 조언이 다시 시작할 힘을 주었다.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사수인 문정 누나는 나에게 “포스터는 단순한 데이터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포스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구성하기로 결심했다. 간단한 다이어그램을 추가하고, 핵심 데이터를 강조하는 그래프를 만들었으며, 부분마다 짧은 요약 문장을 넣어 보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포스터의 디자인이었다. 시각적 감각이 부족한 나는 실험 데이터 배치를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연구실에서 ‘디자인의 천재’라 불리던 성진 후배가 나서서 도움을 줬다. 그는 내 포스터를 단숨에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정돈된 형태로 바꿔줬고, 그 순간 나는 그가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렇게 포스터를 완성해 제출했지만, 교수님의 계속되는 수정하라는 요청에 학회 당일 아침까지도 포스터 디자인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결국 교수님께 통과받지 못한 포스터를 출력해서 학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포스터 발표 날, 많은 사람들이 내 포스터에 모여있었다. 내가 하는 연구는 기초적인 내용이라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화려한 디자인 때문에 그런 건지 사람들은 연구 내용을 궁금하게 생각했고 많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을 때도 디자인 덕분에 쉽게 설명할 수 있었고, 결국 학회에서 우수 포스터 발표 상을 받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연구 발표란 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소통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성취의 순간들로만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연구실 사람들과의 갈등, 지도 교수님의 끝없는 기대, 그리고 실적에 대한 압박은 나를 끊임없이 짓눌렀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집과 연구실 사이의 지루한 일상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고, 아무리 애써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듯한 좌절감에 사로잡혔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은데, 차라리 포기하고 말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갔다.

비록 머릿속에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수없이 떠올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는 자신을 스스로 다잡으며 꿋꿋이 나아갔다. 한 발짝, 또 한 발짝씩 넘어질 때도 있었고, 더디게 걸어가는 날도 많았지만, 나는 그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원 생활은 단순히 학문적인 도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내 한계를 시험해 보는 과정이었다. 그 어려움 속에서 나는 조금씩 강해졌고, 매 순간 더 나은 나로 성장해 갔다. 대학원 생활은 연구 성과를 넘어, 내면의 힘을 기르고 나 자신을 믿는 법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모든 경험들은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도전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도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배울 수 있는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다. 대학원 생활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시련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고 그 시련은 나를 더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승리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떤 도전이 닥쳐도 두렵지 않다. 그 도전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때로는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간다면, 그 길의 끝에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성취가 있고 그 성취는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모든 고통을 상쇄할 만큼 값질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좌절을 딛고 일어선 결과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며,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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