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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집 Sep 02. 2024

대학원 생활의 시작

운명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물었다. “대학원에 왜 가려고 해?” 이 질문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나의 선택이 왜 그들에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잠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어릴 적 나는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학업은 언제나 나와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말하지 못할 큰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고3 1월 달부터 죽을힘을 다해 안 하던 공부를 시작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나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4년제 대학 응용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나에게 대학은 그저 목적지에 불과했다.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였던 내게, 대학 생활은 그저 공허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학교생활과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나는 방향을 잃고 방황했다. 그래서 등록금만 내고 학교에 가지 않아 입학하고 2학년 1학기까지 받은 F학점이 11개였고 이미 학사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렇게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전역 후, 나는 자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내 삶의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이신 할머니의 “제발 부탁이다. 졸업만 해라” 간절한 소망에 마음이 흔들렸다. 할머니의 눈에는 늘 나를 향한 깊은 사랑과 믿음이 담겨 있었다. 그 믿음은 나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희망이 나를 다시 2학년 2학기 복학을 하게 했다. 그러나, 복학 후에도 나는 여전히 과에서 별종 취급을 받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된 존재였다. 나는 여전히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응용 물리학과 학회장’을 선출한다는 대자보가 눈에 들어왔다. 나처럼 아웃사이더였던 사람이 과연 학회장이 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내가 관심을 가지자 나를 향한 비웃음과 조롱, 심지어 선배의 협박까지 이어졌다. 모든 것이 나를 억누르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오기가 생겼고 그렇게 출마를 했다.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집행부를 꾸려서 결국 09학번 학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들의 인정이 아닌,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의 고난은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전 학회장들에게 외면당하고 모든 모임에서 제외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공약대로 하나씩 약속을 지켜나갔다. 


오히려 그 고난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싸우며 조금씩 강해져 갔다. 포기하지 않고 학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학과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여태까지 본 적 없는 돌연변이 학회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나의 열정을 학과사람들과 교수님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고, 지금의 지도 교수님을 만나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나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신생 연구실의 창립 멤버이자, 교수님의 학부 연구생을 거쳐, 첫 대학원생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길고 긴 대학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어려움은 나를 위한 밑거름이었다. 할머니의 믿음과 나의 끈기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히 박사졸업까지 오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할머니의 소망이 내 가슴속에 남아, 그때의 희망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의 길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 길을 걸어갈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과 희망이 나를 지켜줄 것을 알기에, 나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갈 것이다. 


“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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