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태아에게 영양분을 주기 위해서는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엄마와 할머니들께 매번 들었었다. 하지만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고, 상상조차 힘든 음식들.. 특히 고기는 더 했었다. 고기 킬러였던 나는 삼겹살을 먹지 못해 운 날도 있었다. 아기에게 ‘엄마도 먹고 싶은데 왜 못게 해! 엄마도 고기 먹고 싶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 덕에 남편도 회식 때 1-2번 정도 고기를 먹고 왔었고, 집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냈었다.
엄마는 구워진 양념 갈비는 한 입이라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퇴근 전에 미리 구워놓아 주신 적이 있었다.
아기도 정성을 알아차린 걸까? 5개 조각이나 먹을 수 있었고, 이때 너무 기뻐서 아기도 고기를 좋아하나 봐! 라며 기뻐했었다.
매번 바뀌는 입맛은 나조차도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같이 지내는 남편도 힘들었을 것 같다. 꾸바드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남편 입덧.. 우리 남편은 아닌 줄만 알았다. 어느 날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입맛이 없다고 회사에서 점심도 안 먹고 올 때가 있었는데 그냥 속이 좀 안 좋은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소화제를 먹고는 했었다.
그게 남편이 하는 입덧인 줄 모르고 말이다. 홍쓴부부 유튜브를 보고 난 뒤 남편도 입덧을 한다는 걸 알아채고, 같이 매실청 에이드를 만들어 마시며 나는 입덧 선배님이니까 후배님께 입덧에 좋은 걸 알려드리겠다며 비스킷과 입덧 사탕도 나누어 주고는 했었다. 남편 입덧은 남편이 아내를 정말 사랑할 때 같이 한다던데 우리 남편은 정말 찐 사랑인가 싶었다. 아이가 생기면서 당연히 내가 두 번째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아내가 첫 번째라고 말해주는 사랑꾼 내 남편이 있었기에 힘들었던 입덧을 9달을 버틴 것 같다.
내가 엄마가 되기 위해 입덧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할 때 나의 엄마도 입덧에 관한 내용을 많이 찾아보고, 노력을 해주셨었다. ‘입덧 심한 사람이 이거 먹으면 좋다더라, 너무 힘들면 이거라도 먹어보자’ 라며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냄새가 역하지 않은 제품들을 장 봐오시고는 했었다.
입덧 약을 복용해도 입덧이 심한 날은 학원에 양해를 구하고, 그날 출근을 미루기도 했었다.
초기에는 당연히 입덧은 16주까지만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중기가 되어도 계속되는 입덧에 ‘설마.. 할머니처럼 만삭까지 입덧을 하겠어?’라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었다. 이게 현실이 될지 모르고 말이다.
먹는 음식 냄새에 대해 특히 예민했었고, 향수 냄새, 화장품 냄새, 땀 냄새, 고양이 냄새 등 모든 냄새에도 많이 예민했었다.
특히 같이 생활하는 고양이 냄새에 대해 임신 사실을 알기 전부터 예민했었는데 화장실 모래 냄새를 맡고, 헛구역질을 했던 것이다. 이 때는 그냥 장난스레 ‘우리 냥이들 응아 많이 해서 그런가 봐’ 하고 넘겼었는데 모래 냄새부터 시작해서 고양이들 사료 냄새, 털 냄새 모든 것에 반응하기 시작했었다.
한 번은 고양이들 습식 사료(캔)를 주기 위해 개봉했다가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 적이 있었다. 아픈지 걱정이 되었던 것인지 화장실 안과 밖에서 기다리는 고양이들에게 괜스레 미안해 코를 휴지로 막고 주기도 했다.
고양이 간식에는 고기와 참치, 연어로 이루어진 게 많은데 고기와 해산물 냄새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했던 코는 남편이 출근 전 간식 주는 냄새에도 깨고는 했었다. 아마 고양이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냄새를 맡기만 하면 헛구역질을 했으니 말이다.
화장품 냄새 때문에 민망했던 적도 있었다. 퇴근 후 집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는데 향수와 향기로운 화장품을 많이 쓰셨던 것인지 타시는 순간 냄새가 너무 역해서 그분께 죄송하지만 눈앞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남편 품에 얼굴을 박고 내리지도 못하고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집까지 1층 남은 상황에서 그분이 옥상을 가기 위해 타신 것이기에 차마 내려서 다른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력도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갈 여력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열이 많은 남편은 여름이 오기 전부터 에어컨을 켰었는데 임신하면서 내가 더 열이 많아져서 남편과 붙어 자기 위해서는 선풍기가 필수템처럼 꼭 있어야만 했다. 어느 날 자는데 새벽에 이상한 꿉꿉한 냄새가 나길래 깨어보니 나한테서 나는 땀냄새여서 너무 당황스럽고, 갑자기 서글펐었다. 임신하면 체취가 변한다던데 ‘내 몸 냄새가 이렇게 심했나 싶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런 냄새를 많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바로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임신부 로션이 아닌 좋아하던 로션을 바르며 ‘깨끗하게 자주 샤워하면 이런 냄새가 나지 않을 거야’ 라며 자기 위로를 했다. 아침이 되고, 남편이 출근하길래 ‘내 몸에서 냄새 나?’라고 물어보았더니 ‘무슨 냄새? 향기?’라고 하길래 ‘장난치지 말고, 나 몸에서 이상한 냄새 안 나?’라고 물어보았다. 남편은 그런 냄새는 전혀 못 맡았다고, 오히려 나려면 자기 몸에서 나야 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향기로운 냄새만 난다고 토닥여주었다.
남편의 달콤한 말들 덕분인지 희한하게도 이 날 이후로 정말 땀 냄새가 심하지 않은 날 빼고는 이게 냄새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많이 역하지 않게 느끼게 되었다.
다음화에서는 mri 촬영, 양수 검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적게 될 것 같다. 양수 검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검사라는 걸 배우게 되기도 했다. 혹시 검사를 앞두신 분들이 읽으신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니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에필로그 : 출산 후 돌아올 것 같았던 식성은 돌아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아직 좋아하던 개불과 산 낙지는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데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식성이 바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평생 그 음식을 못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