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검사를 해야만 하나요? (1)

임신 중 검사.. 우리의 삶을 흔들어놓았다.

프롤로그 : 엄마는 아기에게 혹시라도 해를 가하게 될까 봐 사소한 거 하나에도 걱정이 많다. 그 마음은 당연한 것이기에 너무 자책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의 엄마에게도 현재의 엄마에게도 미래의 엄마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12주.. 이 시기는 안정기라고 불리우며 임밍아웃을 하기도 하고, 1차 기형아 검사를 하는 시기이다. 이 때 태아는 엄마의 기분을 느끼고, 빠르면 태동을 하는 시기이다.


12주에 진행하는 기형아 검사 1차, 정밀초음파가 예약되어 있어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기형아 검사는 피검사와 목투명대 둘레, 코뼈길이 등을 재보고 난뒤 정밀초음파를 보는데 너무 신기했다. 아기는 기지개를 펴듯 팔과 다리를 쭉쭉 늘리기도 구부리기도 하면서 꼭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밀초음파 영상을 저장하여 양가 어른들께 보내드리니 세상이 많이좋아졌다면서 이미 잘생긴 거 같다고 하셨다. 검사 진행 후 과장님 진료를 보면서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형아 검사는 2차까지 한 뒤 최종 결과가 나온다고 하셨고,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셨다. 며칠 뒤 예정 된 MRI 검사도 걱정말고, 잘 받고 올 수 있도록 응원 해 주셨다.




나 또한 친인척들에게 임밍아웃을 했고, 예정되어있던 조영제 없이 MRI를 찍기 위해 대학 병원에 방문하였다. 솔직히 방문 전에는 혹시라도 MRI 자체가 태아에게 해를 가할까봐 무서워 미루려고 했지만 교수님도 남편도 완강했다. 무조건 찍어야 한다고.. 엄마가 없으면 아기가 태어나도 행복하지 않는다고..


MRI 찍기 전 프로락틴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를 먼저 진행하고, 촬영을 하러 들어갔다. 사전에 병원측에 임신부라는 것을 말씀드려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옆에서 도와주셨고, 무서운 기분이 들거나 호흡이 불안정할 때는 무조건 호출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주셨다.


긴장을 했던 탓인지 촬영이 들어가자 바로 숨이 차면서 갑자기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긴장되는 상태에서 호출 버튼을 누를까말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면 아기도 무서워할 것 같아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아기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엄마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테오도 소리가 크게 들리니?’, ‘엄마는 무섭지만 테오와 함께라면 버틸 수 있어.’, ‘엄마가 너무 사랑한다 아가야 태어나기도 전에 힘들게 해서 미안해.’ 이런식으로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점점 아기와 교감하는 느낌이 들었고, 아기도 나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 해 주는 것 같았다. 긴장된 상태로 검사가 끝난 후 베드 위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핑 돌면서 어지러워 휘청거렸다. 선생님들께서 더 놀래시면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고, 보호자에게 갈 때까지 옆에서 부축 해 주셨다.


검사가 끝난 후 야쿠르트 아주머니께 유행하던 애플망고 요구르트를 사서 기분 좋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니글 거리는 건 아예 입으로 넣지도 못 했는데 유독 애플망고 요구르트는 한 번에 2개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입덧 완화 음식(?)이었다.



평소에는 피검사, MRI 검사하면 힘들어서 집에서 하루 종일 쉬고는 했었는데 왠일인지 테오와 함께여서 였을까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 집 근처 바다가 보이는 공원을 산책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노래방이 가고 싶으면 새벽이라도 노래를 부르러 갔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집 근처 데이트를 즐겼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 내분비내과는 보호자가 같이 들어갈 수 없었고, 일주일 뒤 MRI 검사 결과가 나왔다. 오롯이 나와 아기가 감당해야할 결과였다. 교수님은 의자에 앉자마자 아기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입덧은 없는지, 다른 증상은 없는지 물어 보셨고, 계속되던 두통과 어지러움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이 부분은

빈혈일 수도 있으니 산부인과와 논의하여 철분제를 일찍 복용하기를 권유하셨다.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간 후 교수님은 ‘나도 걱정이 되어 많은 논문을 찾아보고 했지만 임신을 하면 뇌하수체가 커지기 때문에 종양이 커지는 케이스가 있지만 프로락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르지는 않아.’ 라는 말씀을 하신 순간 직감했다. 아.. 나 수치가 많이 높구나. 아가야 어떡하지. 엄마 너무 무섭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솔직히 다음 말씀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최대한 병원 안에서 울고 싶지 않아서 볼을 깨물고 버텼다. 교수님은 ‘수치가 좀 높아. 한 달에 한 번씩 수치 체크 하고, 혹시나 다른 증상이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와야해. 조영제 없이 찍긴 해서 부정확하지만 크기도 좀 커졌네. 이 부분은 출산 후 다시 조영제 넣고, 찍어보자.’ 결과를 들을 때는 아기 얘기는 일체 하시지 않았다. 오롯이 나의 건강 상태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모른 척 ‘수치가 높다고, 종양이 커졌다고 아기에게 해가 가지는 않죠?’ 물어보았고, 다행히 아기에게는 해가 가지는 않을거라고 해 주셨다. 이 말씀 하나만으로 다시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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