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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Aug 12. 2023

발 놀이 이야기 꾼

2023 아르코 창작기금 선정작  6. 들목 남사당놀이

     

   보름, 날이 밝았다. 들목에 놀이판을 벌이는 날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예를 맘껏 뽐내는 날이라 남사당패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놀이판을 끝내고 나면 두둑한 돈까지 받을 수 있어서 다들 들떠 있었다. 그러나 꼭두쇠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렸다. 설두장이 끝까지 고집해서 놀이판 마지막 판으로 발탈 극을 넣기는 했지만, 마지막 놀이판을 망쳐버리면 큰일이었다.

   곰뱅이쇠가 꼭두쇠의 눈치를 살피며 설두장 천막으로 왔다. 설두장은 발에 쓸 탈에 줄을 매고 있었다.

   “자네, 할 수 있겠나? 내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터이니 너무 염려 말게. 그리고···.”

   설두장이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할 말이 있으면 말하게. 부담 갖지 말고.”

   곰뱅이쇠가 설두장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놀이가 끝나고 나면 나는 이제 틀렸을 성싶네. 이번 놀이에 나의 전부를 걸 생각이야. 창이를 부탁해도 되겠나?”

   “그런 소리 말게. 자네의 발탈 극을 보려고 우리 남사당패를 불렀다는 소문도 있어. 끝까지 함께 해야지.”

   곰뱅이쇠가 설두장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곰뱅이쇠의 눈에도 눈물이 차올랐다. 곰뱅이쇠와 설두장은 열두 살 때 시장을 떠돌다가 우연히 만나 같은 날 남사당패에 들어온 친구 사이였다. 둘 다 일찍 부모를 잃어 처지가 비슷했다.
    천막 안에 있던 두 사람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동안 창이는 다른 삐리들과 함께 놀이판에 쓰일 악기와 물건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햇살이 들목 마당에 환하게 내려앉은 아침, 드디어 당산나무 아래에서 뜬 쇠 우두머리가 꽹과리를 쳤다. 놀이판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들목 사람들이 진귀한 구경을 하겠다고, 몰려들었다. 제일 먼저 길놀이를 시작했다. 당산나무를 돌아 흥을 돋우고 시장 끝에 있는 우물을 빙글빙글 돌았다. 마을 공동 우물이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길놀이였다. 길놀이 패들은 집집이 찾아다니며 굿놀이를 했다. 그러면 주인은 후하게 대접하고 돈을 찔러주었다.

   공터에서는 줄타기가 한창이었다. 발탈 극 다음으로 인기 있는 놀이가 줄타기였다. 위태롭게 외줄을 타는 상두 아저씨가 떨어질 듯하면서 중심을 잡을 때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옆에는 땅재주를 부리는 재주꾼이 재주를 넘었다. 두 팔로 걷는 팔걸음, 한쪽 팔로 걷는 외팔걸음, 뜨거운 화로를 들고 위험천만한 재주를 보여 줄 때면 아이들의 침이 꼴딱 넘어갔다.


   줄타기가 끝나면 놋대야나 백자를 돌리는 버나놀음이 시작되었다. 하늘을 바라보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접시를 보겠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버나놀음이 끝날 무렵 무동들이 나타나 탑을 쌓고 재주를 부렸다. 바깥에서는 버꾸놀이가 한창이고 온 마을이 악기 소리와 함성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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