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by 탄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1998년에 출간된 이문열 작가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이 문장은 문학적이면서도 역설적인 표현으로 널리 회자되어 왔는데, 겉보기에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인공지능에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답이 왔다

1. 비상과 추락은 종이 한 장 차이

날개가 있다는 것은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높이 떠올라야 하며, 결국 그만큼 추락할 위험도 감수한다는 말이다. 이는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 꿈과 좌절이 맞닿아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2. 추락조차도 하나의 비행

'추락' 역시 날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실패조차도 살아있음의 증거이자 도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추락은 날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에게는 추락도 없다.

3. 인간 존재의 본질적 슬픔과 아름다움

이 표현은 인간의 나약함, 사랑, 욕망, 상처, 그리고 자아 탐색 같은 주제를 은유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고통과 성장을 함께 이야기하는 철학적 은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사실은 날개가 없는 것도 추락할 수 있다. 등산하다 발을 헛디뎌서 추락할 수도 있고,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동반 추락할 수도 있다. 오랜동안 풍화 작용으로 바위산이 서서히 부서져 추락할 수 있다. 추락하려면 상승해야 된다.

등산은 근육의 힘에 의해 높은 곳에 오른 것이고, 비행기는 제트 엔진의 힘으로 높게 날게 된 것이며, 산 위의 바위는 조산운동이나 조륙운동에 의해서 해저에 쌓인 지층이 물 위로 올라와 육지가 된 것이고(퇴적암), 화성암은 화산활동에 의해 지하의 마그마가 올라와 굳어 만들어진 것이다. 상승 없이는 추락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식사할 때 콧물이 나와 숨이 막혀 킁킁대는 것이 안쓰러운지 아내가 킁킁거리지 말고 코를 플라고 휴지를 준다. 찬 음식이나 국물이 없는 것을 먹을 때는 괜찮은데 뜨거운 거나 매운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유난히 코물이 더 났다.

그런 생리적 현상은 음식점이라고 다를 리 없다. 보통의 식당은 테이블이 적당히 떨어져 있고 내가 조금 조심히 코를 풀면 다른 이에게 신경 쓰이게 할 일이 없다. 그러나 그날 우리 부부가 저녁을 먹으러 간 집은 맛집이라 항상 대기가 있고, 테이블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집이다. 식사 처음부터 코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부터 나기 시작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코를 풀었을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아내는 화장실에 갔다. 이때 옆의 테이블에서 핀잔이 날아들었다. 큰 소리로 학생을 꾸짖듯이 나를 훈계한다. 처음 당해보는 이런 상황이 창피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나보다 어려 보이는 저놈의 식탁을 엎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지만 그다음에 벌어질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 몇 초간 아무 말없이 머리만 굴리고 있었다.

아내가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 종업원도 왜 그러느냐는 말에 그놈 식탁으로 가서 머리를 깊이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사과가 아닌 시위를 하고 얼른 나왔다.

집에 와서 식사 예절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가능하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하거나 혐오스럽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왔다. 서양에서는 식사 중 코를 푸는 것은 실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날 내내 내가 받은 모욕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내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잊히지 않았다. 왜 나는 아내가 대수롭지 않다는 일을 가지고 이렇게 괴로워할까?

그것은 내가 평생 학생들을 평가하고 훈계하는 데에 익숙하여 내가 평가받고 훈계받는 것에 대한 훈련이 안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같은 보통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 평생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훈계하는 날개를 달았던 나는 그 추락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 법대에 간다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 고등학교의 7,80프로는 전교 1등도 갈 수 없는 데가 서울 법대다. 부모 잘 만나서 별 어려움 없이 그 어렵다는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비록 사법고시는 늦게 붙었지만 검사로 승승장구하여 날개를 단 듯 대통령까지 어렵지 않게 오른 사람이 지금 하염없이 추락 중이다.

그의 마누라 또한 부유한 집에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석, 박사를 취득하고 잘 나가는 날개 단 검사를 만나 같이 가장 높은 곳으로 비상하다가 동반 추락 중이다.

keyword
이전 01화알아야 면장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