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요즘 나에게 더 자주 돌아오는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일하고 싶은가.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일해왔다.
성과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 기준은 분명했고,
그 덕분에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업계에서의 세일즈는
매년 0에서 시작되어
숫자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었다.
연간 목표, 분기별 실적,
달성 여부에 따라 평가와 보너스가 명확히 갈렸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사람보다는 숫자가 먼저 놓이는 구조 속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그 게임을 잘 해왔다.
그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성과 중심의 시스템 덕분에
나는 빠르게 성장했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 역시 점점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좋은 팀워크보다
매출 숫자가 먼저 떠오르고,
누군가의 과정보다는
최종 결과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
그게 익숙해질수록
사람은 점점
숫자 뒤로 밀려났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다시 묻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방식으로만 일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앞으로 나는
성과를 부정하지 않되,
과정과 사람을 함께 보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결과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떤 선택과 어떤 관계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사람을 소모시키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또 하나 분명해진 것은
일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동안 나는
성과를 통해 나의 가치를 설명해왔다.
어떤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는지,
어떤 숫자를 만들어냈는지가
나를 대신해 말해주기를 기대했다.
이제는
그 설명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일은 내가 선택한 역할일 뿐,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은 받아들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일과 삶을 조율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완벽한 균형은 없다는 걸 안다.
다만,
일이 늘 최우선이 되는 구조 속에서
가족과 나 자신을
항상 마지막에 두는 삶은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아직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 일하지는 않겠다는 기준만큼은
분명해졌다.
다음 커리어는
아마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실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숫자만 남는 선택이 아니라,
사람과 나 자신까지
함께 남는 선택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