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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Apr 27. 2022

봄날

집 근처 카페를 찾았다. 아주 오랜만에 생활에 깃든 여유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씻고, 옷을 입고 책과 노트,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평일 오후. 이렇게 앉아서 문장을 만드는 일도 얼마만일까.


자리에 앉아 주문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공간을 채우는 노래가 들렸다. 내가 좋아하던 노래, 즐겨 듣던 노래가 흘렀다.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다르지만 내가 좋아했던 가사와 멜로디는 그대로였다. 귀를 기울여 노랫말을 새겨 들었다.


흐르는 노랫말을 따라 부르다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게 될 때가 많았다. 흥얼거리며 길을 걷던 뒷모습을 따라 걷거나, 홀로 숨어 울던 시간을 안쓰러워했다. 환하게 웃음 짓던 기억에도 눈물을 쏟았다. 노랫말을 따라 부르면 생기는 일이었다. 때로는 가지지 않은 기억에도 울음이 솟았다. 울고 싶으면 노래를 듣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노랫말을 새겨듣다 보면 노력하지 않아도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많이도 울었다.


툭하면 우는 나를 많이들 불편해했다. 별 일 없이도 흐르는 나의 울음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나. 그렇게 나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숨어서 울었다. 남들 앞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전에 삼키거나 고개를 돌렸고, 까닭 없는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우는 일은 그렇게 혼자일 때 했어야 하는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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