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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오 May 09. 2020

그랬을 것 같아요

호우(豪雨) 시절, 호우(好友) 시절

이번 주는 ‘지난 시간’에 인사를 전했다.  시절을 함께해  이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아쉬움을 말했다.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좋은 이들과 보낼  있던 호우(好友) 시절이었다. 사람들과 마주 앉아 울고, 웃는 동안 작별 인사도 잘해야 한다는  배운다. 누군가 내게  마지막 인사가 그의 가장 선명한 모습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인사가 당신에게 남을 나의 가장 선명한 모습일지도 모르니까. 나와 첫인사를 나눈 누군가에게 마지막 인사를 잊지 않고 건네는 것은 함께한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같았다.


일단은 마지막 만남을 가지며 친구는 내 글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래도 뭐라도 쓸 힘은 있는 것 같네요."


내가 속으로도 밖으로도 줄 곧 울던 시절에 친구를 만났다. 나는 그와 마주 앉아 웃기도 울기도 많이 했다. 내 글을 읽은 친구는 나라는 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무엇도 하지 못해 납작한 채로 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했다. 물론 그때의 나는 그렇게 살았을지언정, 그렇게 보였을지언정. 누구도 읽지 않을 글을 쓰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을 홀로 달래며 살았다. 그의 말처럼 '뭐라도 쓸 힘'은 가지며 살았었나. 그랬나 보다.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도 많이 울었어요. 부끄럽게."


"그랬을 것 같아요."


내가 품었던 말들을 글로 적으면서도 울고, 책으로 만들면서도 울었다. 나는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우는 사람이라 달리 우는 것 말고는 스스로 달랠 방법을 찾을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계속 썼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부탁했다. 내 글을 읽어달라고.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나 혼자서 나를 읽어내고, 달래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다. 어딘가에 나와 닮은 이가 있다면 가닿고 싶었다. 친구가 나에게 와 닿은 것처럼, 나도 이 시절을 기억하며 어딘가에 닿고 싶었다.


나의 호우(豪雨) 시절에 만난 이들을 찾아 인사를 전했다. 만나지 못하는 이에게는 메일을 보냈다. 차마 인사를 전하지 못할 사람들도 있었다. 많이 그립고, 고마운 벗이지만 미안함과 나의 부끄러움으로 잘 지내라는 인사도 못했다. 좀 더 용기가 날 때까지 기다려 줄 거라 믿으며 누구도 보지 못할 곳에 안부를 남겼다. 분명 그들에게 가닿을 거라 믿으며.


우리는 매일 만나고 헤어지는 것처럼 돌아섰다. 나는 너무 많이 우는 사람이고, 친구는 이제 더는 울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우리는 달라도 서로에게 나누어 준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것들로 한 일 년을 또 살겠지 싶다. 친구도 나도 여전히 많이 울테지만 웃으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만나면 또다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모두 혼자 울다가 만나서 웃고 헤어질 거다. 그렇게 서로의 시절에 작별을 고하고, 서로에게 가닿으며 살아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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