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시인을 그리며
나는 글을 쓰다 답답하면 시를 씁니다.
-----------------------------------------------
< 사슴에게 2 >
돌, 이종섭
한 하늘 아래 태어난 자매모양의 별
그대를 끌어 넣던 친구도 사라졌으리.
같은 동산에 이끌리면서
색색의 야수들이 몰아칠 때마다
입김과 발톱에 빼앗기는 변절의 사랑
홀로 씹던 고통을 그 누가 알랴마는
삼천리 강산에 새 날이 밝았어도
물결치는 깃발은 갈라지고
가냘픈 몸은 웃을 겨를도 없이
다투는 혓바닥들에 찔리며
비웃는 바람소리만 들렸어라.
향을 피울 수 없는 외로운 장미는
지닐 때부터 가시가 없었고
뉘우침의 나날들은 자신의
슬픈 모가지 길이만큼도 견디지 못해
쓸쓸이 길가에 쓰러졌느니
이 세상 일각 그대에게도
아름다운 새벽은 정녕 있었더란 말이냐.
말하라 그대여
끌고 당기며 일어섰던 자 누구였던가.
답답한 무덤 속은 대답이 없는데
저 멀리 언덕 위에
까마귀들만 수군대며 서성거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