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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Jan 17. 2023

시 : < 사슴에게 1 >

노천명 시인을 그리며

나는 글을 쓰다 답답하면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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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슴에게 >



외로웠던 사슴아!


산하에 새 바람이 불었어도
마귀와 춤추던
침묵하는 모가지에게
고향의 봄은 나눠 줄 수 없느니
천명天命은 축복이 아니었노라.


흔한 핑계도 없이
왕관을 얻지 못한 또 하나의 죄
가지가지마다의
축배의 잔은 차례가 없었지만
눈이 커 슬플 망정
역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이제 반도에 강물은 흘러
황색皇色의 빛도 바랜 지금
향수를 더럽혔던 불륜을 잊고
수많은 독백으로
뜯겨진 장미를 꽃피울지어다.


남겨진 고독의 숨결
비굴한 용서를 아파하며
침 묻은 속죄의 변을 바라보다
내 눈에 비친 한 조각
양심의 진한 동정의 빛깔은


타부(tabu),


그것이 금지된 사랑과
존경의 죄라 할지라도 나는
비난의 돌을 맞으며
그대를 사모하고 있나니


냉정한 바람은 끝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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