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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섭 Sep 03. 2023

< 껌 >

< 껌 >




씹고 또 씹었다.

길에서, 차안에서, 집에서, 마당에서...


앉아서, 일어서서, 걸으면서, 뛰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모두 씹고 또 씹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씹는 데는 계절도 필요 없다.


과일향 껌, 꽃향 껌, 인삼 껌, 은단 껌, 무설탕 껌, 후라보노 껌, 풍선 껌, 만화 껌, 캔디 껌... 참 종류도 많다.

이 땅에 껌이 들어온 지 수십 년, 우리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가 닳고 턱이 아프도록 지겹게도 씹어 왔다.


단물이 없어져 쓴물이 나와도 책보며, 일하면서, 말하며, 침 튀기며 씹고 또 씹었다.

치아 건강, 치턱 건강, 심심해서, 맛 때문에... 무수히 핑계도 많다.

질겅질겅, 쩝 쩝, 오물오물, 타다다닥, 입 벌리고, 오무리고, 갖가지 모양새로 소리 내며 씹어 봤지만 얄밉게도 예쁜 구석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내뱉었다.

땅에다, 강가에다, 들에서, 산에서, 보도블럭, 아스팔트, 온갖 천지 더럽혔다.

바지에 붙이고, 치마에 붙이고, 신발에 붙이고, 가방에 붙이고, 서류를 더럽히고, 책장을 더럽히며 이 강산 곳곳마다 우리는 씹어 대며 뱉어 왔다.


좋다, 씹어라 씹어!

원한을 섞어, 분통을 섞어, 가루마저 더욱 으스러지도록, 빚쟁이 생각하고, 시어머니 생각하고, 땅 사는 놈 생각하고, 출세한 놈 생각하고, 극장에서, 카페에서 스트레스 팍 팍 날리며...


그토록 씹어도 씹어도 마음 한 구석엔 지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 남아 있으니 우리는 한 많은 한민족임에 틀림이 없나 보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 한다.

그렇게 씹어 대고 배앝은 단물 빠진 개껌만도 못한 공해는 당신의 조상 대대로 가져가거라.


"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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