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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k Dec 17. 2022

굿모닝 모로코 04

전날 밤 식사를 마치고 씻고 눕자마자 잠에 들었지만 아직은 시차가 있어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그렇듯 모로코 역시 하루 수차례 에잔이라는 쿠란을 읊는 방송이 동네 스피커에서 나온다. 멀리서 울려 퍼지는 그 묘한 에잔 소리와 함께 시장 주변 상인들이 서서히 나와 셔터문을 열고 짐을 뜯고 물건을 푸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아침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시장 사람들은 분주히 하루를 시작한다.

나 역시 아침이면 의례히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도시락을 챙겨 출근했던 그 반복됐던 생활패턴 속에 있었다. 잠시 여행객이 되어 남들의 삶을 바라보니 삶은 다르지 않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어느 대륙, 어느 나라에 살든, 피부색, 언어가 어떠하든... 가족과 자신의 과 이웃과 자신이 몸 담은 나라를 위한 반복되는 생활은 그래도 아름답고 가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호텔에 에어컨이 없어 더워 문을 살짝 열고 잤더니 상인들의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들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보니 날이 서서히 밝아졌다.



10월 중순의 이른 아침이지만 쌀쌀한 느낌 없이 걷기에 상쾌한 기온이다. 전날 날이 어두울 때 숙소에 도착해 주변을 구경할 틈이 없었다. 날이 환해지면서 드러난 이 조그만 타운은 시장과 주거지가 혼합되어 더욱더 에너지가 넘치는 바쁜 도시로 바뀌었다.


아침 8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간단한 아침식사 거리를 찾아 나서본다.

호텔에서 나와 카페로 가는 길목에 트램이라 불리는 경전철이 운행된다. 야자나무 밑으로 달리는 경전철의 풍경이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숙소 앞 시장가 사이에는 센스 넘치는 에스프레소 바가 있다. 미니밴 뒤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싣고 바쁜 상인들을 대상으로 아침 커피와 스낵을 판매한다. 짐 실은 오토바이와 트럭, 사람들이 지나가는 이 틈새에 이동식 에스프레 소바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즉석에서 짜내어 주는 과일주스 카트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바쁜 시장상인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이른 아침 곳곳에 이미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 거리를 파는 카페들이 문을 열었다. 모로코 현지인들에게는 장사를 시작하고 출근을 하는 바쁜 아침이지만 이 이방인에게 모로코의 아침은 낭만과 감성이 묻어 나오는 아늑한 아침이다. 모닝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노촌 카페의 풍경은 화려하지도 펜시 하지도 않지만 이 여행객에게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아침 이미지처럼 각인되었다. 아침에 드라이브스루로 차 안에서 주문해 운전하거나 걸으면서 마시는 커피를 현지인들과 함께 노천카페에 앉아서 즐기는 건 그야말로 이국적이고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침마다 들렀던 이 식료품 가게는 매일 아침이 분주하다. 간단한 식사 거리를 사가는 사람, 조그만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가는 사람들로 주인아저씨는 의자에 잠시 앉을 새도 없이 바쁘다. 카스텔라 종류의 달콤한 빵부터 담백한 호밀빵, 바게트 빵, 크루아상 등의 빵부터 삶은 계란도 판다. 빵을 사면 주문에 따라 여러 가지 잼이나 꿀, 크림치즈를 발라준다.



모로코의 커피는 흔히 마시는 스몰, 미디엄, 라지 등등의 미국식 컵 크기는 없다. 역시 유럽 프랑스의 영향으로 모로코 사람들도 에스프레소 원액이나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반반 섞은 작은 사이즈의 커피를 주로 마신다. 에스프레소는 "디렉",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반반 섞은 라테를 "노스노스"라 부른다.






적당한 크기의 종이컵을 들고 온기를 느껴가며 느긋이 마시던 커피에 익숙한 외국의 여행객들에게 이 앙증맞게 작은 커피 컵 사이즈는 매우 당황스러운 커피 문화가 아닐 수 없다. 바닐라, 헤이즐넛, 알몬드, 아이리쉬 크림... 등등의 커피시럽들은 잊어야 한다. 여름에 즐겨 마시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가는 바리스타가 이상하게 쳐다볼 수도 있다. 기호에 따라 커피와 함께 주는 각설탕 두세 개를 넣어 마시지만 설탕 없이 마시면 커피 본연의 구수하고 쌉쌀한 맛을 더욱 음미할 수 있다. 이 유럽 스타일의 작은 크기의 커피 컵의 커피 문화에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커피의 양이 적은 건 너무 아쉬워 앉은자리에서 두세 잔은 마셔야 왠지 커피를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래된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걸쭉하게 크레마층을 만들어내며 뽑아져 나오는 에스프레소의 깊은 맛과 향기는 매일매일 모로코의 아침을 기다리게 만들 정도다. 에스프레소(디렉)한잔에 5 디르함(대략 50센트, 600원), 라테(노스노스) 한잔에 7 디르함(대략 65센트, 860원) 정도이니 부담 없는 아침이다. 그리고 "쌀람 알라이쿰"이라 인사하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살람 알라이쿰"이라 따뜻한 미소로 화답하는 그들의 인사문화는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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