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족의 기일이다.
혼인한 뒤 맺은 시댁에서 가장 내 편이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떠난 날이기도 하다. 그때는 내가 작가도 아니었고,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할 때였다. 그때 아주버님이, “제수씨가 책을 내겠다면 자비출판을 해드릴게요.”라고 하셨다. 어쩌면 그 말 한 마디가 내게 오기를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나는 자비출판보다 내 스스로 노력해서 출판사와 계약하고, 되든 안 되든 부딪혀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마음만 받고 합평을 받는 수업에 등록하고, 동화 쓰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꽤 다른 차원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의 심정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지만,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만큼 잠을 쪼개고 전철에서 참고 서적을 읽어야 할만큼 절박했다.
그리고 뒤늦은 나이에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했다. 그 뒤로 좌절과 희열을 거듭하며 여기까지 왔다. 돌이켜보면 한순간도 녹녹하게 지나온 시간이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믿지 못할 일들도 많이 겪었고,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할 만큼 참담한 시간들도 겪었다. 우울증 증세도 겪었고, 삶의 의지가 바닥을 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주버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찮은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 나는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번쯤 끝까지 가도 되지 않을까.
매 순간 주저했고, 매 순간 두려웠다.
그래도 나는 멈추진 않았다.
우리 가족은 깻잎을 좋아한다. 생깻잎무침도 좋아하고, 깻잎순무침도 좋아한다. 특히 구이를 깻잎에 싸먹는 걸 즐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깻잎의 뒷면에 고기를 올린다. 혀에 있는 미뢰는 민감하므로, 까칠한 깻잎 뒷면보다 앞면의 부드러운 맛으로 혀에 넣고 싶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건, 삶을 이어가는 건, 이처럼 거칠고 힘든 일의 연속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는 살아간다.
깻잎의 뒷면처럼 거친 부분을 감싸안으며, 누군가 응원하는 단 한 사람의 목소리에 기대어 오늘도 나아간다.
우리의 삶이 이어지길!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삶에 내 응원을 보탠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