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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군분투 서른살 May 29. 2023

산티아고를 위한 준비

02. 퇴사한 사람들은 뭘 할까

7년 간 회사를 다니며 이렇게 길게 쉬어본 이력이 없었기에 넘치는 시간이 생기자 뭘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그래서 퇴사하고 나온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어떤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궁금증이 있을 분들을 위해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함) 일 수도 있겠지만?

 

내 하루 일과를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요즘 내 하루 루틴은 기상 후 뜨신물 한 컵 마시고 간단한 준비와 함께 산에 오른다.

우리 집의 좋은 점은 바로 뒤에 낮은 산이 하나 있다는 것.

 

한 시간 반 ~ 두 시간가량의 등산을 마치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베란다 청소, 창고 및 옷장 정리 등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켠다.

소환사의 협곡으로 부르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틀어만 놔도 영어 실력이 쑥쑥! 오를 거야 라는 확신의 도둑 심보로 ’자주 쓰는 영어 회화 모음집‘을 틀어만 놓는다.


산티아고를 걷는 일정을 짜고, 이 여정을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서치 한다.

그중 하나는 브런치 스토리이고 그 외에도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그러다 보면 16시 ~ 17시가 된다. 곧 귀가할 바깥양반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는다.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며 식사를 한다.

퇴사 후 바뀐 점이 있다면 이 전엔 누굴 패고 싶네, 어디에 묻어 버리면 좋겠네  등 살벌한 흥신소 스타일의 나눴다면

이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고, 그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이야기한다.


우리 부부가 꿈꾸는 미래도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미래와 같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며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이 또한 도둑 심보


맥주 한 잔, 두 잔, 세 잔 늘어가는 캔을 분리수거하고, 식탁을 치운 뒤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소환사의 협곡으로, 나는 플스(요즘 푹 빠진 해리포터 레거시)를 하거나 남편 플레이를 구경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퇴사 후 갓생을 사는 멋진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난 보다 일상적인 삶에 집중하고 있다.


7년 동안 3번의 이직을 한 건 더 나은 내일과 발전적인 삶에 치중해 살아왔기에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퇴사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안했다.

너무 멈춰있는 건 아닐까 아니 멈춰있는 게 맞다고,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벼랑으로 밀어붙였던 거 같다.


이런 강박을 떨치기 위해선 위해선 일상과 순간에 집중해서 살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었다.

도움이 되는 거 같다.


나는 요즘 마음을 편안히 순간에 집중해서 살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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