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계절

행복과 몽글의 사이

by 또피

사람들이 사계절 중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고민도 없이 가을이라고 한다. 원래는 여름을 가장 좋아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불쾌지수, 장마와 찌는 듯한 더위가 여름에 대한 애정까지도 녹여버렸다. 가을을 사랑하는 이유는 정확히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지금 같은 여름의 끝무렵,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가을의 선선함과 그 특유의 텁텁하고 몽글한 냄새가 너무 좋다.


내가 왜 가을을 좋아하나 생각해 보니 내 삶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은 대부분 가을에 몰려있다. 19년도 8월 말, 휴학을 하고 유럽으로 두 달 동안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나라마다 온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한국과 비슷한 여름 끝 가을 초입의 날씨였다. 해질녘 런던 공원에 누워 초밥을 먹으면서 노을을 볼 때, 체코의 이름 모를 광장에서 가을비를 맞으며 굴뚝빵을 먹었을 때,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루지를 타고 들판을 내려올 때. 유럽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모두 가을의 계절을 온전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또 다른 가을의 행복한 기억. 지금은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가족, 친척들과 다같이 모일 수 있는 명절이 소중해졌다. 추석이면 다 같이 모여 앉아 음식을 하고 명절이라는 핑계로 살찌는 음식을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이날만큼은 모든 걸 다 놓고 먹어야 하는 게 국룰. 명절 당일 아침이면 피곤하지만 가족들과 오랜만에 한 차에 실려 산소를 가는 길이 좋다. 어쩜 추석 때는 항상 날씨도 좋았던 것 같지?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친척들과 도란도란 앉아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적당히 시원한 자연을 느끼는 그 순간, 평온하다.


야장에서 삼겹살 먹으면서 술 한 잔 할 때, 아침 출근길, 가을 등산 등 가을이 좋은 이유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가을의 계절이 슬며시 느껴질 때면 자연스럽게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오버랩되며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행복이라기에는 거창하고 몽글하다기에는 조금 부족한. 가을 탄다. 쓸쓸한 계절 같은 말들은 나에게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 말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 가을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이때를 사랑한다. 올해는 또 어떤 행복한 가을기억들로 채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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