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량품들의 사계 Oct 27. 2024

불량품들의 사계

성길씨 고추 145      

성길씨 고추

       -하남 교산 3기 신도시 개발    


      

남한산성 고골 밑

주인아저씨가 구십 넘은 노모랑 텃밭에서 고추를 딴다

문화재 연자방아 옆이라

우리 집은 개발지역에서 빠졌다고

줄 잡힌 퓨마 츄리닝을 입고

담배를 물며 웃는다    

 

-연자방아까지 들어갔다던데요

고춧대를 사정없이 던져버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무색해진 참새들이 화들짝 호두나무 위로 날아오른다

    

고춧대를 세우고 있는 사이

며칠 전 주인아저씨 고추를 따갔던

친구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다   

  

성길씨 고추 너무 맵더라

똥구멍도 따갑더라    

 

이리저리 나부끼는 성길씨 똥구멍보다 더 매울까  

   

그래서 뭐어쨌다고?

참새들이 고추밭 위에 똥을 갈기고 날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불량품들의 사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