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애( 溺愛)

깊이 빠져든 사랑

by 행운의 여신


방 안에 앉아
너의 말을 천천히 되새긴다
눅눅한 오후 숨결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무거운 단어들


내일을 이야기하는 너의 목소리
나는 대답을 오래 망설였다
파도처럼 반복되는 물음 속에서
나는 자꾸, 작은 물결이 되었다

사랑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배를 띄우기엔
우리 앞의 바다는
아직 얕고, 너무 고요했다

실망은 말보다 먼저 자라
공기 속에 묻혀 있고
내 마음은 좁았는데
너는 끝없이 넓은 기대를 품었다

그날, 너는 바다를 꿈꾸었고
나는 수조의 뚜껑을 조심히 닫았다

밤이 오고, 방이 조용해졌을 무렵
어디선가 아주 작은 물소리가 났다


그건 아마

내 안에서 여전히 출렁이던

잠시의 익애( 溺愛)였다




keyword
이전 06화빛나던 사랑,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