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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불타고 있어요
개시13
by
최송목
Oct 10. 2021
청계산 화장터를 지나면서
불꽃 타오르는 소리가 어렴풋 들린다
버너 소리인가
뜨겁다는 아우성인가
사람들은 저렇게 흙이 되는구나
화장터는 세 번 가봤다
장모, 처제, 고향 친구
기름 냄새와 어우러진 야릇한 내음
아궁이에서 한 줌의 재로 식어 나오던 그날
생의 마지막에 대한 그 기억들
맴맴맴...
사람 불타는 소리 사이로
매미 울음소리 요란하다
사람이 불타고 있어요!
사람을 태우고 있어요! 한껏 소리친다.
맴맴맴...
울타리 안은
불타고 울고불고
울타리 밖은
웃고 떠들고 산을 오르고 있다
남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는 게 세상 규칙이다
3일장 딱 3일만 울고 다들 자기 길 떠난다.
개나 사람이나 3일 만에 잊히긴 마찬가지 샘샘이다
개들은 죽으면 먹히거나 버려지거나
사람이 죽으면 땅속이나 항아리에 가둔다
내가 보기엔 꽁꽁 분명 구속인데
사람들은 모신다고 말한다.
살아있는 인간 지들 편하자고 만든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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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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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약해지지 않는다
저자
한 가지 선택만으로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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