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마지막 날입니다.
뭉텅 잘린 이상한 달이죠.
뭘 해도 아쉬운데 벌써 끝날까지 와버렸네요.
호주머니 뒤지면 떨군 몇 날이 나올지도 몰라요.
신호등 앞에서 바쁜 척하는 백수처럼 괜히 아깝죠.
할 일 없이 시간 죽일 때는 막 썼던 날들이
처음부터 이가 빠진 채 받은 이월은 못내 섭섭해 어쩔 줄 모릅니다.
두세 개 비어있는 달걀 한판을 온 돈 주고 사 온 기분이 들어요.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갈까 말까 발을 뗐다 말다 까불다가 그 벌로 한 이틀 뺏겼을 거예요.
내일 받을 삼월은 얼마나 어색할까요.
춘삼월이라는데 봄이기나 할까요.
삼월은 찬바람에도 봄인 척 하면서, 겨울 따위는 마주한 적도 없다는 듯 고개 들고 있겠지요.
삼월에는 더 좋은 일 많을 거에요.
느낌이 딱 그렇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