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고구마 /박승우
밭매니껴?
밭매니더
고구마 잘됐니껴?
잘됐니더
점심은 잡샀니껴?
국시 먹었니더
안동 말만 듣다가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가
한마디 했답니다
할매,
내 어떠니껴?
영주 대장간 호미가 유명한 까닭/송명원
호미만 맨들었응께
잠자는 시간 빼고는 호미만 맨들었응께
일 년 내내 하루도 안 쉬고 맨들었응께
거진 오십 년 넘게 맨들었응께
호미 맨드는 것밖에 몰랐으니께
앞으로 죽을 때 꺼정 호미만 만들거니께
우리 집에 왜 왔니?/김성민
깨진 벽 틈새에 핀 민들레한테
번쩍번쩍 제복 입은 풍뎅이가 날아와 물었다
이거 니가 깼재?
내가 안 깼는데예
카마 누가 이랬노?
원래부터 이랬는데예
어데서 따박따박 말대답이고? 바른대로 안 대나?
너거 집 어데고? 너거 엄마, 집에 있재?
여기가 우리 집이고예
엄마는 어데 있는지 잘 모르는데예
새들의 사투리/김미혜
기차에 탄 새들
서울역 광장에 우르르 쏟아지면
짹 짹이지라!
짹짹 짹이랑께!
짹 짹 짹이니더!
짹짹짹 짹아닝교!
째액째액 짹이여유!
와글와글 버글버글
정신 쏙 빼놓을 거다.
제가 사는 곳 말로
짹 짹 짹 짹......
한 알만 먹으면 죽는 약/이현영
올해 구십이 된 증조할머니
명절 때마다 큰아버지 손 꼭 붙들고
-종득아, 할매 부탁 좀 들어 주라
부산, 어느 시장에 가몬, 한 알만 먹어도 죽는 약이 있다 카네
그 약 쫌 사 주라,
늙으면 죽어야 되는데…… 암만 캐도, 그 약을 묵어야 될란 갑다
이번 추석에는 큰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할매, 사 왔어예
-으잉, 뭐를 사 왔다꼬?
-부탁한 약 있잖아예,
시장 다 돌아댕겨서 어렵게 구했어예
동그란 약을 내보이자마자
낯빛이 금세 달라지는 할머니
손바닥에 억지로 약을 쥐어 주며
-할매, 한 번 드시 보이소
입술을 실룩대며 울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약 껍질을 돌아앉아 까는 할머니
한동안 쳐다보더니 혀끝에 살짝 갖다 댄다
-아이고, 우찌, 이걸 구해 왔노, 옛날에 묵든 십리사탕이그마,
요느무 자슥이, 할매를 놀려 묵네,
내싸 마, 죽다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