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동시 5편

동시

by 보리


안동 고구마 /박승우


밭매니껴?

밭매니더


고구마 잘됐니껴?

잘됐니더


점심은 잡샀니껴?

국시 먹었니더


안동 말만 듣다가

땅속에서 나온 고구마가

한마디 했답니다


할매,

내 어떠니껴?








영주 대장간 호미가 유명한 까닭/송명원


호미만 맨들었응께

잠자는 시간 빼고는 호미만 맨들었응께

일 년 내내 하루도 안 쉬고 맨들었응께

거진 오십 년 넘게 맨들었응께

호미 맨드는 것밖에 몰랐으니께

앞으로 죽을 때 꺼정 호미만 만들거니께








우리 집에 왜 왔니?/김성민

깨진 벽 틈새에 핀 민들레한테

번쩍번쩍 제복 입은 풍뎅이가 날아와 물었다

이거 니가 깼재?

내가 안 깼는데예

카마 누가 이랬노?

원래부터 이랬는데예

어데서 따박따박 말대답이고? 바른대로 안 대나?

너거 집 어데고? 너거 엄마, 집에 있재?

여기가 우리 집이고예

엄마는 어데 있는지 잘 모르는데예










새들의 사투리/김미혜


기차에 탄 새들

서울역 광장에 우르르 쏟아지면

짹 짹이지라!

짹짹 짹이랑께!

짹 짹 짹이니더!

짹짹짹 짹아닝교!

째액째액 짹이여유!

와글와글 버글버글

정신 쏙 빼놓을 거다.

제가 사는 곳 말로

짹 짹 짹 짹......











한 알만 먹으면 죽는 약/이현영


올해 구십이 된 증조할머니

명절 때마다 큰아버지 손 꼭 붙들고

-종득아, 할매 부탁 좀 들어 주라

부산, 어느 시장에 가몬, 한 알만 먹어도 죽는 약이 있다 카네

그 약 쫌 사 주라,

늙으면 죽어야 되는데…… 암만 캐도, 그 약을 묵어야 될란 갑다


이번 추석에는 큰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할매, 사 왔어예

-으잉, 뭐를 사 왔다꼬?

-부탁한 약 있잖아예,

시장 다 돌아댕겨서 어렵게 구했어예

동그란 약을 내보이자마자

낯빛이 금세 달라지는 할머니


손바닥에 억지로 약을 쥐어 주며

-할매, 한 번 드시 보이소

입술을 실룩대며 울 것 같은 얼굴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약 껍질을 돌아앉아 까는 할머니


한동안 쳐다보더니 혀끝에 살짝 갖다 댄다

-아이고, 우찌, 이걸 구해 왔노, 옛날에 묵든 십리사탕이그마,

요느무 자슥이, 할매를 놀려 묵네,

내싸 마, 죽다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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