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사소한 가을
열린 것들 떨어지면
다시 주워 올려놓고
몇 번 그러다보면
가을 헐어 봐야
뭐 쓸 게 있나요
동네 한 바퀴하면 감나무를 보거든요.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그리 알이 굻지는 않아요.
그래선지 군침이 돌지도 않더군요.
지난주는 아주 키가 큰 모과나무를 봤는데 어찌나 높이 달렸는지
무심코 지나가다 머리 위로 떨어지면 큰일 나겠더라고요.
나락은 조금씩 노랗게 물이 들고 고추는 더는 붉을 수 없을 만큼 빨간 물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옆으로 발을 옮기는 고구마줄기가 있어요.
고구마줄기나물을 한번은 더 해먹고 싶다며 우리 부부는 한마디하고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꼭 껍질 벗겨놓은 걸 사라는 남편 말에 빙그레 웃기만 하고 알았다고는 안했습니다.
사소한 우리 동네 가을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