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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Jul 17. 2023

동시에 동시해 - 김곰 동시들

동시

바닷가 미장원 


바닷가에 미장원을 차린

꽃게 아가씨


찰랑거리는 머릿결 대신

찰랑거리는 물결을 잘라 주지요


그곳이 미장원인 줄 모르고

잘못 들어온 문어 아저씨


자긴 깎을 머리카락도 없다며

연신 투덜댔지요


슬슬

심술이 난 문어 아저씨


미장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찍,

염색약을 흩뿌렸지요


쏴아

쏴아


머리 감겨 주는 파도 아가씨만

하루 종일 바빴지요   










      

춤추는 미역 


미역은 바다의 춤꾼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지

어물전마다 잡혀 온 미역들

하얗게 질린 채

다들 차렷하고 있지만

물만 닿았다 하면

가만 있질 못하지


저 봐


뜨거운 냄비 속에서도

가만 있질 못한다니까

얼마나 신이 났으면 뚜껑이 다

들썩이겠어










        

 


은행 털면

잡혀 가고


사람 털면

먼지 나고


우릴 털면

깨가 쏟아집니다


세상이

고소해집니다    










     

마늘의 외침 


밭에 살던 나를

베란다 구석에

매달아 놓더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잊어버린 걸까

하루하루 사는 게

푸석,

푸석,

푸석,


베란다 문이 열릴 때마다

촉촉해지는 달팽이관


오늘은 나 여기 있다고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초록색 발가락 하나


쑥,


내밀어 본다    

     











만지면? 


보물이라고 불리는

값비싼 도자기들은

음식을 담지 않는다

눈으로 보기만 한다

만지면?


큰일 난다!     





     

-2022년 상반기,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작품 -

1971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습니다. 2014년 한국안데르센 동시 부문에서 〈엄마〉라는 동시로 상을 받고, 2016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후 첫 동시집 《머리 깎는 날》을 출간했습니다. 2018년 〈살아 있는 우리말〉로 아르코문학창작 기금을 받고 2020년 두 번째 동시집 《살아 있는 우리말》을 출간했습니다. 《게으른 사람이 성공한다》 자기 계발서 1권 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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