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선 Dec 12. 2024

39. 삶의 의미와 재미

의미도 있어야 하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 균형있게...


유시민 작가님은 본인의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그 내용을 내가 이해하는 선에서 요약하면 이렇다.      


1. 직장생활이 인생의 반 이상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 즐거운 일을 하라. 최소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2. 즐겁게 놀아라. 순수한 재미를 위한 놀이를 하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3. 깊이 사랑하라. 가족과 주변사람을....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에 슬퍼할 사람이 없다면 잘못 산 것이다.

4. 사회와 연대하라. 가치있는 일에 동참하라. 기부행위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위든.... 사안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안 된다.       


나는 작가도 철학자도 아니고, 일개 공무원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해서 유시민 작가님처럼 체계적으로 멋있는 조언은 근본적으로 안 된다. 다만 내가 살아온 생을 반추해보며, 특히 공무원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단순하게 이렇게라도 살아보면 어떨까 제안해보고 싶다.     


삶은 두 가지 맛과 멋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미와 재미가 그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의미가 있어야 하고, 삶을 살아가는 데는 또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의미만 추구하면 재미가 없어 지속가능하기 어렵고, 재미만 추구하면 자칫 아무런 의미 없이 망가지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일상생활을 나아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가끔씩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삶이 다이나믹하지 않다. 재미도 별로 없다. 대체로 밋밋하다. 그리고 솔직히 공무원이 내가 꼭 하고 싶어서, 즐거워서 선택한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각자 일하고 있는 부서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자기의 경력이나 직책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일매일 전쟁터 같은 사기업이나 자기 사업과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평온하며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아주 어려운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사실은 그래서 선택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실제 하다 보면 때론 따분해지거나 지루해질 수도 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 거야? 난 권한도 없고 내가 뭔가를 결정할 수도 없는데, 그럼 난 그냥 조직에서 부속품인가?’ 심지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이름 없는 저 들판의 풀 한 포기도 다 의미가 있다. 자연은 거대한 유기체이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 사회 또한 거대한 톱니바퀴와 같다.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서로 연결되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구성원 각자가 서로 자기 일을 하면서 자기의 톱니바퀴를 돌릴 때, 그것이 옆 사람과 맞물리고 맞물리고 해서 거대한 톱니바퀴가 비로소 돌아가는 것이다. 어느 일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고로 내가 하는 일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더구나 우린 공적인 일을 한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기 보다, 시민·국민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우리는 그 대가로 먹고 산다. 이것은 매우 귀한 일이며,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직업을 통한 의미가 다른 어떤 직업보다 훌륭하다. 물론 삶의 의미가 직업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우린 일단 이 부분에서만큼은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거기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정도만 생각하면서 다닌다면 직장생활과 관련하여서는 충분히 의미있는 삶이 될 거로 본다.      


그리고 직장 외에, 가정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은 또 어떤 게 있는가? 등에서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재미는 어떤가?      


재미는 일상의 소소한 웃음으로부터 감탄 그리고 쾌락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이다. 내가 말하는 재미는, 최소한 스트레스가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하면서, 내 머릿속이 그리고 내 마음이 복잡하지 않으며, 좋은 일에는 미소 짓게 하는 수준 정도를 말한다.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태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날마다 재미있을 수는 없다. 누구라도 매일 재미있다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지금의 내 생활이 만족스럽고 나아가 재미도 있다고 느끼면서 살 수는 있다.      


그러려면 먼저 재미나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도 가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산책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하고 등등....      


대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인맥을 쌓으려고 윗사람이든 동료 등과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성을 만나거나, 누구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동행한다거나 하는 등의 내키지 않는 일은 과감하게 하지 않거나 그만두는 것이다.     


날마다 출근할 때, ‘오늘은 뭐가 재미난 일이 있지?’ 생각해보라. 만약에 없다면 재미난 일을 만들어 보라. 그래도 정 없으면 오늘 내가 하는 일이 재밌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어려운 얘기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나아가 그 일을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미친 놈인가?)     


암튼 크게 봐서, 의미와 재미가 적당히 섞여있는 삶을 살아야 살 맛이 난다. 뭐 큰 걸 바라거나 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스스로 만족하는 여유 있는 마음에 웃음이 가미되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     


지금까지 말을 많이 하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 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에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허나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상황이나 조건,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 등등이 다 다른데 공통적으로 어떻게 하라 라고 할 수는 없다는 점 이해 바란다.     


의미와 재미는 우리 인생을 끌어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