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야, 제발… 제발 눈 좀 떠봐. 나 때문에, 내가… 미안해…”
병실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는
절박했고, 처절했고, 비참했다.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너.
내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너.
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떠난 것 같았다.
“살리고 싶어?”
낯선 목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한 여자가 창가에 서 있었다.
새하얀 머리, 검은 눈동자.
입술엔 미묘한 미소.
“누구… 세요?”
“나는 루아. 너희 같은 사람들, 가끔 도와주는 존재.”
그녀는 병실 안을 천천히 걸어왔다.
“살리고 싶지? 저 여자.”
“…네.”
“대신, 대가가 필요해.”
“무슨… 대가요?”
“네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
그게 그녀의 ‘기억’이야.”
루아는 가볍게 손짓하더니, 내 손목에 시계를 채웠다.
검은색의, 작은 아날로그시계.
“이제부터 넌 매주 일요일 자정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을 거야.”
“…모든 기억을요?”
“응.
만나도, 사랑해도, 대화해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사라져.”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래도 할래?”
루아의 눈빛은 무심했지만, 어딘가 슬퍼 보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할게요! 제발, 유하를 살려주세요.”
“좋아. 거래 성립.”
딴말하기 없기다~
루아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널 위해 빈틈을 남겨둘게.”
“빈틈이요?”
“너는 그녀를 매번 잊겠지만,
가슴이 먼저 기억할지도 몰라.”
루아는 살짝 웃었다.
“왜냐하면, 나도 예전에… 사랑을 잃어본 적이 있거든.”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며, 조용히 말했다.
“이번엔, 너희가 성공하길 바라.”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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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유하는 눈을 떴고,
나는 유하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나를 처음부터, 또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리안.”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병원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루아가 날 바라봤다.
“그녀를 잊어도,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은 남을 거야.”
그녀는 내게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