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노바’.
햇살이 유리창을 스치며 바닥에 그림자를 남겼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온다.
그 사람을 잊는 건, 어쩌면 이미 내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요일 아침.
나는 오늘도 책상에 적힌 메모를 바라봤다.
[오늘도 그녀를 잊었다.]
[그녀는 매주 내게 찾아온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이건 내 글씨야.’
‘내가 쓴 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카페 문이 열렸다.
“리안!”
맑고, 따뜻한 목소리.
내가 좋아할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내 심장이 순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저기, 저랑 아는 사이인가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그 질문이 익숙하다는 듯, 슬쩍 시선을 피했다.
눈 밑이 살짝 붉어졌지만, 금세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응. 네가 매주 나한테 묻는 그 질문. 오늘도 역시네.”
“무슨 소리죠?”
“괜찮아. 네가 몰라도. 난 네가 누군지 알거든.”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익숙하게 메뉴판을 넘겼다.
그 손짓, 그 표정,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
아니, 내 심장은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다.
“오늘은 커피 말고, 다른 거 추천해 줘.”
“…네?”
“맨날 커피만 마셨잖아. 이번엔 너랑 새로운 취향 만들어볼래.”
그녀는 어색한 농담을 했다.
나는 당황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그럼… 민트티, 어때요?”
“좋아. 새로운 시작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웃었다.
**
“혹시… 저희, 많이 친했나요?”
“응. 아주 많이.”
“그런데 왜, 난…”
“기억 못 해.
“……”
“괜찮아. 네가 몰라도 돼. 난 다시 처음부터 네 마음에 들어가면 되니까.”
그녀는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내 가슴이 울컥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인데, 그 온기가 너무 익숙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리안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하예요. 네가 매번 잊는 여자.”
그녀는 내 손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
“다시 잘 부탁해요.”
**
나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가슴은 이미 그녀를 알고 있었다.
**
카페 밖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흰머리, 검은 눈동자.
사신, 루아.
“가슴이 먼저 기억하는 사랑.
이번에도 넌, 그 애를 잊지 못하는구나.”
루아는 작게 웃으며, 내 손목에 채워진 검은 시계를 바라봤다.
"넌 매번 그녀를 잊는데도,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하는구나
사랑하는 쪽으로."
루아는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작은 붉은 점을 바라봤다.
"이 저주… 어쩌면 정말 네가 풀어낼지도 모르겠어."
루아는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다음엔… 조금 더, 오래 기억해 줘.”
**
내 앞의 유하는 민트티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
“이렇게 마시면, 너도 금방 좋아하게 될 거야.”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다.
민트티가, 왜 이렇게 익숙한 맛이지?
**
‘… 혹시, 정말.
내 가슴은… 널 기억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