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익숙한 듯, 그러나 어딘가 허전한 감각으로 눈을 떴다.
“또 월요일이야…”
익숙한 출근 준비, 손에 익은 커피 머신, 어제와 똑같은 일상.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다만, 내 가슴이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품고 있을 뿐.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유하가 환하게 들어왔다.
“사장님! 오늘 저랑 시간 좀 내줘요.”
“오늘요? 왜요?”
“촬영 가는 날이에요. 매니저 해주실래요?”
“매니저요? 촬영? 무슨 일 하세요? “
“저 배우예요! 놀라셨죠?
“아.. 네.. 근데 저 매니저 해본 적 없어요 “
“괜찮아요 오늘 하루만 같이 가줘요.”
유하는 당연하다는 듯, 내 손목을 끌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
촬영장으로 가는 차 안.
유하는 내게 계속 말을 걸었다.
“사장님, 배우 매니저는요, 정말 힘든 일이에요.
스케줄 관리도 해야 하고, 물도 챙겨야 하고.”
“오늘 하루인데, 그냥 옆에 서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챙겨주셔야 해요.”
“…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사장님은 저한테 잘해주고 싶잖아요.”
나는 유하를 쳐다봤다.
너무 당연한 듯 말하는 유하의 표정이 어쩐지 귀여웠다.
“아, 그리고 사장님. 오늘 저 연기하는 거 보면… 혹시 반해도 책임 못 져요.”
“안 반해요.”
“아니에요. 분명 반할 거예요.”
유하가 씩 웃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상하게 익숙한 그 웃음.
**
촬영장에 도착하자, 유하는 현장 스태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나는 어색하게 유하의 뒤를 따라갔다.
“유하 씨 매니저? 너무 잘생겼는데요?”
감독이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아, 그냥… 오늘 하루 도와주는 알바예요.”
“에이~ 유하 씨가 자꾸 매니저 잘생겼다고 해서 궁금했거든요. 썸이에요? 분위기 되게 좋은데.”
“아뇨, 절대 아니에요.”
“흐음~ 아닌 것 같은데?”
감독은 장난스럽게 웃고 돌아섰다.
내 얼굴이 순간 뜨거워졌다.
‘썸이라니… 말도 안 돼.’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
유하의 촬영이 시작됐다.
카메라 앞의 유하는,
내가 알던 유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진지하게 대사를 주고받고,
애절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유하의 눈빛이 갑자기 나를 멈춰 세웠다.
‘…이 눈빛, 어디서 봤지?’
왠지 너무나 익숙했다.
낯선 장면인데,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유하가 사랑을 고백하는 대사를 할 때,
순간 내가 그 대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마음에 박히지.’
**
촬영이 끝난 유하가 나에게 달려왔다.
“사장님, 어땠어요? 저 잘했죠?”
리안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
”아니요?!! 내일 또 오세요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
유하는 씩씩 거렸다
“장난이에요 잘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하 씨의
목소리 톤 분위기 눈빛이 울컥했거든요 “
“그거 좋은 신호예요.
사장님, 저한테 반할 준비 슬슬 되나 봐요.”
“아닌데요.”
“아뇨, 맞아요. 제가 알아요.”
유하는 팔짱을 끼며 내게 바싹 다가왔다.
“오늘 저녁 먹어요. 매니저는 저녁까지
책임지는 거예요.”
“그런 건 누가 만들었어요.”
“제가요.”
나는 결국 유하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 안에서도 유하는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손 줘봐요.”
“왜요.”
“손 시려요.”
나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손을 내밀었다.
유하는 내 손을 꼭 쥐었다.
“사장님, 이런 거 좋아하죠?”
“뭘요.”
“사랑하는 거요.”
“…”
유하는 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조용한 손짓이, 내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
카페로 돌아가는 길.
“내일도 올 거죠?”
“모르겠어요. 매니저 일 힘들던데요.”
“사장님이 오면… 제가 오늘처럼 또 반하게 해 줄 거예요.”
“왜요?”
“그냥요. 사장님이니까요.”
(리안이 너니까)
유하는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이 사람… 대체 왜 이렇게 익숙해.’
나는 내 손바닥을 오래 바라봤다.
따뜻한 온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
그리고, 한적한 골목에서 루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주, 빠르네.”
“… 내가, 또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게 너야. 사랑에 미쳐서, 매번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
루아는 내 손목의 검은 시계를 가볍게 쳤다.
“월요일이야. 재시작의 날.
너, 정말 이번엔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루아는 웃으며 사라졌다.
‘이번 주엔… 제발 너를 잊지 않기를.’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