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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인 Jun 18. 2024

진돗개와 싸웠다 11화

지옥문이 열렸다.

예수를 믿는 기독교나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의 공통점은 살아서 선한 일을 하면 천국, 악한 짓을 저지르면 죽어서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진돌이에게 행 한 것은 선한 일일까? 아님 악한 짓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한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진돌이가 좋아하는 계란프라이에 설사약을 듬뿍 첨가해서 오토바이를 원 없이 타게 했으니 말이다.덕분에 진돌이는 5일 동안 뻗으면 지옥톡톡히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반대로 5일 동안 천국에서 살 수 있었다. 지옥과 천국이 꼭 죽은 후에야 있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평화롭고 행복하면 그게 곧 천국이고, 삶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우면 지옥인 것이다. 진돌이에게 언제 물릴까 전전긍긍하면서 불안에 떨며 살다가 오토바이 사건 이후로 아주 순한 양이 되어버린 녀석의 머리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쓰다듬으며 살 수 있으면 이게 바로 천국 아니겠는가?
따라서 진돌이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인 셈이다. 하하하!!~~


퇴근 후,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번에도 역시 진돌이가 마당에 서 있었다. 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처럼 애정 어린 마음을 나의 손끝에 담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가려는데 뒤에서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돌려 뒤를 보니... 헉!~진돌이 녀석의 눈에서 약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녀석의 눈은 썩은 동태눈깔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 그 눈에서 약하게나마 빛이 나는 것이다.

순간,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돌이가 서서히 건강을 되찾아 간다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녀석이 예전 하고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집에서 납작 엎드리고 있다가 내가 자기 집 앞을 지나려 하면 쏜살같이 튀어나와 왕! 왕! 짖어대며 내 발꿈치를 물었다. 그래서 진돌이 녀석에게 발꿈치 물리지 않으려고 집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마다 통행세를 바쳐야 했었다. 그랬었는데 오토바이 사건 이후로 녀석은 내가 출, 퇴근할 때마다 항상 대문 앞에 먼저 나와 있었던 것이다.

물론 희멀겋게 썩은 동태눈깔로 나를 힘없이 바라만 볼뿐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었다. 녀석이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느라 기진맥진해서 힘이 다 빠져 어쩔 수 없이 나를 그냥 놔두었지만
주인아줌마의 지극 어린 간호로 인해 이제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서둘러 내 방으로 올라왔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불안해서 잠이 오지도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진돌이에게 쫓겨서 도망치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악몽에 밤새도록 시달려야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가  출근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 부스스한 눈을 비비고 잠자리에서 일어났지만 피곤에 쩔은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대충 씻은 후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오!~마이갓!!~~ 녀석이  마당에서 학교에 등교하는 주인아들네미와 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돌이가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것.

아이고야.... 과연 오늘도 녀석이 나를 무사히 보내줄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 밤안개처럼 밀려왔다. 어쩌면 지난번 일을 계기로 진돌이가 완전히 개과천선했을지도 모르는 터...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 영악한 녀석이니 나에게 대들었다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머리에 똑똑히 각인이 되었을 테니 설마 무슨 일이 있으려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서둘러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였다. 이층 계단을 걸어 내려와 마당을 지나쳐 진돌이가 지키고 있는 대문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대문 앞을 막고 으르렁거렸다. 조금 더 다가가자 녀석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사납게 큰 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심각한 상태다... 만약 이대로 지나치려 한다면 녀석은 분명히 나를 물려고 덤벼들 것이다 할 수 없이 이층 내방으로 다시 올라와 녀석에게 바칠 통행세를 준비해야 했다. 서둘러 계란프라이 하나를 부쳐서 내려왔지만 녀석은 여전히 대문 앞에 버티고 서서 으르렁 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나를 한 발짝도 대문 밖으로 보내주지 않겠다는 듯. 나는 계란프라이를 진돌이에게 내 밀고는 살살 달래며 말하였다. 진돌아... 너 왜 또 그러니.... 지난번 오토바이 타고난 후 나에게 완전히 항복한 것 아니었냐?
아무리 개라 할지라도 사나이가 한번 항복했으면 끝까지 지조를 지킬 것이지 이제 와서 또 으르렁 거리는 것은 뭐냐?

옛다!~네가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다 이거 먹고 나 좀 지나가자. 나 출근 시간 늦었다니까?
그러나 진돌이는 내가 던져준 계란프라이를 발로 질겅질겅 밟아 대면서 여전히 또 죽어라고 짖어대는 것이다. 보았는가... 원한에 사무친 녀석의 눈빛을.... 얼마나 나에 대한 한이 맺혔는지 나는 녀석의 눈을 오금이 저려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주인아줌마를 불러야만 했는데 녀석이 얼마나 길길이 뛰는지 목줄을 잡은 주인아줌마도 진돌이의 힘에 압도 당해 이리저리 끌릴 지경이었다.
녀석은 길길이 뛰면서 아줌마 보고 왕! 왕! 짖고 또 나를 보고 왕! 왕! 짖어대는 것이다.

 주인아줌마 왕!~왕!~왕!~펄쩍!~펄쩍!~저 인간이 말이죠! 왕!~왕!~펄쩍!~펄쩍!~

나에게 설사약이 듬뿍 들어있는 계란프라이를 주어서 왕!~왕!~왕!~펄쩍!~펄쩍!~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서 오뉴월 개구리 뻗듯이 뻗게 만들었다니까요!~왕! 왕! 왕! 펄쩍! 펄쩍! 펄쩍!!~

저 인간은 개보다 더한 인간이에요!!~왕! 왕! 왕! 펄쩍! 펄쩍! 펄쩍!~~

제발 저 좀  놔주세요!~저 인간 물어서 복수해야 한단 말이에요!~왕! 왕! 왕! 펄쩍! 펄쩍! 펄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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