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는 법을 모르는 듯한 비가 계속되던 날들,
거리를 걷는 것은 마치 물속을 걷는 듯하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보다는 무거운 물 분자들을 헤쳐 나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저
이 불쾌함을 견뎌내기만,
이 무거움을 헤쳐나가기만,
이 어두움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될 줄 알았지.
희망은 타들어가는 기다림으로, 그러나 다시 절망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불어난 강물처럼 사람들의 일상을 범람해 버린 빗물들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로, 우리는 이제 부재를 견뎌내고, 헤쳐나가고, 익숙해져야 한다.
끝없이 나를 때리는 수많은 빗방울이
시간을 곱으로 하여 대지를 휩쓸어버리는 폭우가 되고
선량한 사람들의 영(靈)과 함께 나에게 살아있느냐고 묻는다
죽음은 모순적이게도 살아있음을 깨닫게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 여기 살아있다고 대답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나긴 비의 끝을, 남겨진 이의 슬픔에 볕이 들기를 빈다.
사진: Unsplash의 Osman R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