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실종사건 - 미제

대학원생의 지수적 로그(Exponential Log)

by 노닥노닥

"엄마, 이상해. 요즘은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혹은 시절이 되었든 그 어느 것도 그립지 않아."


내가 네 빈자리를 느낀 건 며칠 되지 않았지만,

네가 내 곁에서 사라진 건 꽤나 오래된 일인 것 같아.

네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나는 네가 내 옆에 있는 줄로만 알았어.

정말 이상해.

네가 부르면 언제나 나는 모든 걸 버리고 네가 있는 곳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이제는 저 멀리 나를 향해 손짓하는 너를 봐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초콜릿 꺼내 먹듯 기억의 한 조각을 꺼내보기도 했어.

한여름 밤, 내 키만큼이나 높게 자란 수풀 사이를 한가로이 걷던 때 말이야.

오늘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

너와 내가 손등이 스칠 듯한 거리에서 고뇌에 사로잡혀 평행선을 이루다 이내 접점이 생기게 되는 순간

그리고 나를 부서질 듯이 안던 네 모습.

순간, 하늘에는 별도 떠있고, 반딧불이도 주위를 유영했던 것 같기도 하다는 과장도 좀 덧붙여봐.

이 모든 게 선명하지만 닿을 수 없다는 것에 예전만큼 마음이 저릴 정도로 슬픈 것 같지 않아.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네가 있는 곳까지 가려고 할 만큼 힘이 나지 않는 '무기력'이거나,

너와 함께 있었던 때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었거나,

둘 다 정답은 아닌 것 같고, 모든 것들이 다 추측에 불과하지만,

부러 찾지 않을게. 결국 나에게 와야 한다면 아주 천천히 돌아와. 이 평온함이 좋아.


사진: Unsplash의 Tony Phan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