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의 지수적 로그(Exponential Log)
볕이 좋아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을 넘어 네가 돌아왔다
이제 너를 위한 자리는 없다고 다시 떠나라고 모질게 말하지도 못했다
네 머쓱한 미소가 슬퍼서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도 베란다 문턱을 넘지 않았다
베란다에 앉아 벌을 받듯 온몸으로 저물어 가는 해를 맞아내며
너는 해빙하는 고드름처럼 쉼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점점 녹아 사라져가는 너와 그런 너에 마주 기대어 앉은 나
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내 등이 너로 축축하게 젖어갔다
마침내 나도 베란다로 몸을 돌려 너와 같은 해를 바라보고 앉아 입을 열었다
어쩐지 오늘 떠오르는 해가 유달리 붉더라
멈춰버린 내 시간이 어떻게 너의 탓이겠어
내가 차마 움직일 수 없어서 네 뒤에 숨어 신음하고 있던 거겠지
네가 사라지고 알았어
너는 흐르지 못한 사랑이구나
너는 고장난 나의 시간 속에서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꽁꽁 얼어붙어있었던 거였구나
이렇게 네 곁에 앉아 너와 함께 녹아내려도 괜찮아
분명 마지막 얼음 결정까지 풀어지면 우리는 어디론가 흘러가서 흔적조차 찾기 어렵겠지만
너는 더 이상 그리움이 아닐테고 나는 더 이상 멈춰있지 않을거야
시간의 지평을 아득할 정도로 넓혀도 좋아
그 때의 너는 지금 눈앞에 펼쳐진 노을의 황홀한 절경처럼 생경하도록 눈부신 사랑일거고
나는 그런 너를 담뿍 품고 어떤 이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을거야
사진: Unsplash의 Dal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