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대로 국어사전
1. 얇게 살짝 언 얼음
2. 근소한 차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단단한 행복은 없죠.
살얼음 위에 서있는 것처럼 인간의 행복은 언제나 위태롭고 유약합니다.
불행은 성실하기도 해서 행복의 냄새를 맡으면 부리나케 다가와 침을 흘리며 노려보네요.
이내 행복은 불행에게 속절없이 잡아먹힙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순간도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물리법칙처럼 예외 없이 불행은 행복을 쫓아온다는 걸 목격한 순간부터 저는 제 입으로 '행복하다'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건 꼭 불행에게 먹이를 주는 꼴 같았으니까요. 불행이 저를 찾아오지 못하도록 숨죽여야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어쩐지 삶이 정말 고단하게 느껴지네요.
뭐랄까,
세계가 거대한 놀이라면, 저는 깍두기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신(神)이라는 초월적 존재가 존재하고, 이 세계가 그 존재가 만든 아주 복잡한 방정식이라면,
저는 그 방정식에서 항등원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무엇에도 영향을 주지 않게 되면 불행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압니다.
영원한 도망 속 행복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제 술래잡기는 끝을 내야겠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떨리는 마음으로, 감히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서 꺼내 제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습니다.
접족례(接足禮)를 하듯, 납작 엎드려 제 사지(四脂)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당신의 발을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아찔한 행복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이 박빙 위의 인간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기도하겠습니다.
미지의 미래에 닥쳐올 불행에 지레 겁을 먹고 당신을 찾는 것 같아 간사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뜩잖아도 이해해 주십시오. 겁쟁이라 그렇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견딜 수 없는 불행이 닥치고 나서야 당신을 찾는 사람들의 어리석음도 괜찮다고 한다면,
타인에게 저지른 죄의 용서를 피해자가 아니라 당신에게 구하는 사람들의 뻔뻔함도 괜찮다고 한다면,
저는 불행으로 말미암아 당신을 찾지 않았노라고,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당신을 떠올렸노라고 스스로에 대해 호소도 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좋거나 나쁘거나, 이 박빙 위의 인간을 어여삐 여겨달라고 간청해보려 합니다.
세상의 공기가 한없이 싱그럽게 느껴지네요.
단단한 행복은 없죠.
다만, 너그러운 신과 함께, 아주 조금 덜 나약한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사진: Unsplash의 Liana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