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풍경

by 마흔로그

아내는 전업주부다. 나는 외벌이 직장인이다. 세 살 아이는 평일 낮에 어린이집에 간다. 이것이 우리 집의 기본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후에 시작된다. 현관문을 열면, 고요함이 나를 맞는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렸던 긴장을 내려놓고, 그저 방 한구석에서 편히 쉬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고요한 집 안에서 아내가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갠다. 그 소리는 나에게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진다. 나만 편하게 있는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 마음 한편에서는 냉정한 계산이 시작된다. 아이는 분명 여섯 시간 넘게 어린이집에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한 걸까. 나의 이런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지만, 서운한 감정은 표정에 드러났을 것이다.


말 없는 불만은 우리 사이에 조용히 쌓여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내의 하루를 상상해 보았다. 어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와, 의미 없는 소리만 주고받았을 하루. 매일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남이 차려준 음식을 먹는 나의 일상이 그녀에게는 별세계의 일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퇴근 후의 고요한 휴식을 원했지만, 아내는 아마 시끄러운 세상과의 연결을 원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가 보지 못하는 풍경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치열한 바깥세상에서 벗어난 집의 평온함을 부러워했다. 아내는 단절된 집 안에서, 바깥세상의 소속감을 그리워했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가 가진 것을 더 크고 좋아 보인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다시 보였다. 늦은 밤의 집안일은 나를 향한 시위가 아니었다. 아이에게서 벗어나 비로소 확보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온전한 그녀만의 시간이었다. 아내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여전히 아내의 하루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야 한다.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퇴근 후 설거지를 내가 하는 것, 주말 아침 아이를 데리고 잠시 산책을 나가는 것. 그런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안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나의 역할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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