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이 드디어 끝났다. 며칠 전까지 38도까지 치솟던 기온이, 이제는 32도 정도에 머문다. 예전 같았으면 이 온도도 폭염이라며 힘들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선선하고 좋은 날씨로 느껴진다. 그 정도로 지난여름은 모두에게 힘들었다.
나는 폭염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물론 자주는 아니었다.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달리는 것은 고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랜 시간 쉬어버리면, 그동안 애써 길러놓은 체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이것은 공짜 전지훈련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꾹 참고 달렸다.
그리고 온도가 조금 떨어지자, 몸은 즉시 보답을 돌려주었다. 같은 힘으로 뛰어도 페이스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심박수는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폭염 속에서 포기하지 않았던,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노력이, 이렇게 명확한 결과로 돌아왔다. 역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회사의 일도, 복잡한 인간관계도,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과의 일도 그렇다. 나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딱 하나, 내 몸만큼은 다르다. 나의 몸은, 내가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변한다.
의지를 쏟아 단련하면, 더 단단해진다. 꾸준히 가꾸면, 더 나아진다.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유일한 세계. 나는 그 명확함이 좋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 그것이 종종 나를 살게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는 밖으로 나가 달린다. 땀을 흘리는 동안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진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세계 안에서 나는 다시 작은 자신감을 얻는다.
다가오는 가을을 위해 두 개의 하프 마라톤을 등록했다. 그리고 목표를 세웠다. 작년 가을 기록은 2시간 22분. 올해 10월에는 2시간 15분, 11월에는 2시간 10분에 도전한다. 힘들겠지만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년의 나를 뛰어넘는다는 명확한 이정표가 있다는 것. 이 목표가 다시 나를 살게 한다. 살고 싶게 만든다. 다가올 힘든 날들을 또 한 번 버틸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