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아니라 내 몸이 문제다

by 마흔로그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본능적으로 쉬운 길을 찾는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그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몸과 관련된 일들은 이 본능을 거슬러야만 결과가 나온다.

다이어트가 대표적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불변의 공식이 있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쉽고 효율적인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루 10분 투자로 5킬로 감량!’ 같은 마케팅 문구에 쉽게 넘어간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안다.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원상 복구되거나 더 나빠진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알면서 나는 요즘 작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새로운 러닝화를 사고 싶은 마음이다. 최첨단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쿠션감을 자랑하는, 보기만 해도 기록이 단축될 것 같은 바로 그 신발. 10월과 11월에 있을 하프 마라톤에서 목표 기록을 달성하는 데 이 신발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냉정하게 속삭인다. ‘신발이 문제가 아니다. 너의 몸무게가 문제다.’ 그렇다. 나 같은 비만 러너에게는 신발 교체보다 체중 감량이 훨씬 효과적이다. 체중 1킬로그램을 줄이면 1킬로미터당 평균 페이스가 2~3초 빨라진다고 한다. 3킬로그램만 빼도 하프 마라톤 기록이 단순 계산으로 3분가량 단축된다. 그 어떤 마법의 신발도 이런 효과를 보장하지 못한다.


게다가 나에게는 아직 3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프로 선수라면 모를까, 나 같은 초보 러너에게 3개월은 아주 긴 시간이다. 이 기간을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 기록은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 진짜 문제는 러닝화가 아니라 부족한 연습량이다.


나는 정답을 안다. 새 신발을 살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닭가슴살을 사서 식단을 조절하고 한 번이라도 더 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이 모든 사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 손가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러닝화 쇼핑몰을 새로고침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한참 동안 장바구니에 신발을 담았다가 뺐다가를 반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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