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를 쓸 수 없는 이유
간혹 시심의 부재와 상상력의 결여를 한탄하게 하는 문장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젊은 날에 읽었던, 토마스 울프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에 나오는 몇몇 문장들이 그렇다.
[... 그가 들어섰을 때 역 구내는 폭넓고 희미한 시간의 음향으로 어수선해 있었다. 역 안으로는 먼지를 품은 한 가닥 굵은 광선이 빗겨 들어오고 있었고, 그 큰 건물 벽과 천장에는 건물 안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목소리와 동작에서 증발된 잔잔한 시간의 목소리가 배회하고 있었다. 그것은 먼바다의 속삭임, 해변을 맥없이 들락거리는 바닷물과 같았다.]
'폭넓고 희미한 시간의 음향'이라니, 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와 동작에서 증발된 잔잔한 시간의 목소리'라니? 그리고 그것이 '먼바다의 속삭임, 해변을 맥없이 들락거리는 바닷물과 같았다'라는데, 모호한 은유에 직유를 버무려서 원-관념을 은폐해 버리는 이런 고도의 시적 서술을 이해하기에는 내 머리가 한참 모자라는 것은 아닐까?
페루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에 나오는 글은 한 술 더 뜬다.
[... 사람은 공허 속에서 삶을 느끼는데, 어느 순간 그 공허는 구체적 밀도에 도달한다. 행동하는 위대한 사람들에게, 특히 모든 행동에 정열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바치는 성인들에게, 삶의 무위를 느끼는 감정은 무한한 차원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공허 속에서 삶을 느낀다고? 대체 왜? 공허 속에서는 외려 삶에 대한 무감각이 따르지 않던가?
그게 아니라면 페소아가 말한 바는 공허를 통해 '아, 삶이란 건 참으로 허망한 것이구나'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뜻일까?
이후의 문장은 '정열과 행동을 최대한으로 바치는 위대한 자는 그래봤자 삶의 무위를 지독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다음 문장은 더 난해하다.
[그들(성인들)은 밤과 별들의 화관을 쓰고 고요와 고독의 성유를 바른다. 겸허하게 말해서 나 자신과 같은 그런 행동 없는 위대한 이들에게는, 같은 감정도 무한한 소립자로 축소되어 버린다. 우리는 감각을 고무줄처럼 잡아 늘인다. 그리하여 감각의 거짓된, 탄력 있는 내구성의 모공까지도 목격하게 된다.]
이 문장에 대한 내 소감은 이렇다. 내 모공을 통해 스미는 문장의 엄밀함에 대한 강박이 페소아의 은유 속에서 용해되어 무분별한 분자로 해체될 때, 내 뉴런의 연결망은 단절이 되고, 각성의 빛은 명멸하여 결국 한여름의 백일몽처럼- 봄날의 어스름한 아지랑이처럼 일렁일 때, 내 사유실체는 의식의 빛을 소등한다.
뭔 얘기냐고?
난해한 문장만 보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얘기지, 뭐.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앙 보뱅의 <환희의 인간>에 나오는 문장을 보자.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꽃에 중독되었다. 집안 곳곳을 꽃으로 가득 채웠다. 당신의 죽음으로 나와 멀어진 세상은 어둠 속 검은 구슬처럼 느리게 돌아갔으나 그곳엔 화려한 꽃의 오만함과 단조로운 허무에 맞서는 노랑, 하양, 빨강, 파랑, 분홍의 외침이 있었다.]
'나와 멀어진 세상은 어둠 속 검은 구슬처럼 느리게 돌아갔으나...' 어둠 속 검은 구슬이라니? 검은 구슬은 왜 느리게 돌아가는 걸까? 뭐, 그렇다고 치자. 이 문장은 아마도 대충 이런 뜻이겠지.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정작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은 여기다. 나는 방을 꽃으로 채웠고, 너의 죽음으로 나와 멀어진 세상은 비록 느리게 돌아가도 '그곳엔' 화려한 꽃의 오만과 단조로운 허무에 맞서는 이런저런 색들의 외침이 있다,라고 했는데, '그곳'은 대체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느리게 돌아가는 세상인가? 아니면 꽃으로 가득 채운 집안인가? 화려한 꽃의 오만에 맞서는 노랑, 빨강, 파랑, 분홍이라니, 정작 이 색들은 꽃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던가? 자신에게서 파생된 것이 자신의 오만함에 맞선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
[...대리석 같이 단단한 주먹이 어느새 내 가슴에서 사라지고,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유리창에 대고 누르듯 나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세상은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삶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세상 만을 좋아할 뿐이다. 결국 세상은 자기 자리를 전부 되찾는다. 아니, 전부는 아닐 것이다. 당신의 부재 속에서 꽃들이 한 말을 내가 잊지 않았으므로. 마침내 듣게 된 것이다. 삶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창밖으로 개머루덩굴이 보인다. 색색의 숨결이 풀밭을 가로지른다. 꽃은 영원으로부터 내리는 첫 빗방울이다.]
세상은 죽음도 삶도 좋아하지 않고 단지 세상 만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대체 뭔 뜻일까? 새삼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세상 (世上) :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2의 정의에 의하면, '... 또는 그 기간의 삶'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세상은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상 삶은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세상은 삶과 죽음에 관한 사유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생활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일까?
'당신의 부재 속에서 꽃들이 한 말을 내가 잊지 않았으므로' 결국 세상은 자기 자리를 되찾는다는 것인데, 대체 이 오만한 꽃들이 작가에게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수지 말고 원영이도 있잖아...' 뭐, 이런 말이었을까)? 그리고 꽃이 영원으로부터 내리는 첫 빗방울이라는 말은-멋지긴 한데-대체 무슨 의미일까?
그래, 아마도 이 모든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꺼져버린 분화구처럼 피폐해진 나의 무딘 감성 탓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하다가 멈칫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 나는 이 글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무래도 나이듦은 핑계인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나의 머리가 논리실증주의자처럼 딱딱한 탓일까?
수지 : 어머, 이 장미꽃,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논리실증주의자 : 아름답다니....'아름답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지요?
수지 : 예쁘다고요.
논리실증주의자 : '예쁘다'는 것은 또 무슨 뜻인지요? 명징하게 증명되지 않는 명제는...
수지 : 꺼져.
나는 절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인간이다.
Words ... don't come easy to me
how can I find a way
to make you see I love you?
words don't come easy
Words ... don't come easy to me
This is the only way
for me to say I love you
words don't come easy
Well I'm just a music man
melody's so far my best friend
but my words are coming out wrong
and I ... I reveal my heart to you and
hope that you believe it's true
.... 'cause